"요소수 한 통에 10만원, 재고도 없어요"…품귀현상에 운수업계 비상

입력 2021-11-03 17:27:05 수정 2021-11-03 21:40:23

전국적 현상 화물차 멈출 판…중국 수출 막아 구할 길 막막
장기화 땐 물류대란 불가피

국내 요소 공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이 지난달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일 오전 대구 북구의 한 주유소에
국내 요소 공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이 지난달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일 오전 대구 북구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매진'이라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온라인 마켓에서 1만원 수준에 판매되던 요소수는 이날 10만원까지 오른 모습을 보였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매일 경북 포항에서 경기권을 왕복 운행해 요소수만 매일 7~8ℓ씩 필요합니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요소수 재고가 부족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상 3일에 2통씩 필요한데 일주일 동안은 어렵사리 단골주유소에서 주유할 경우 한 통씩 얻었는데, 어제부턴 단골주유소에서도 요소수 재고가 없다고 하네요."

25t 트럭을 운전하는 운송노동자 김부한(53)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생계는 유지해야 해 인터넷으로 구해볼까 해도 요소수 1통에 10만원 가까이 합니다. 그렇게 요소수 충당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며 "기름값, 고속도로 통행료, 자동차 할부금에 요소수 가격마저 오르면 적자여서 운송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화물차량이 멈춰설 위기에 놓였다. 장기화될 경우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급하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이다. 요소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과 만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물과 질소로 바뀐다. SCR 시스템이 적용된 경유차에 한해 요소수를 주기적으로 넣어야 하고, 제때 넣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차량 주행이 어렵다.

문제는 국내 요소수의 90%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데, 중국이 석탄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수출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이달 안에 국내 요소수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화물차 대부분이 SCR가 설치된 경유 차량이다. 요소수 10ℓ로 1만㎞ 주행 가능한 일반 경유차량과 달리, 대형 화물차량의 경우 10ℓ로 700㎞밖에 주행하지 못해 하루 또는 이틀마다 채워넣어야 한다.

2일 오후 당근마켓 등 중고직거래 사이트에 요소수 매물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판매가격이 10ℓ당 8만원대부터 10만원으로 비쌌다. 국내 요소수 판매가격이 9천원 안팎임을 고려할 때 운전자들은 정가에 요소수를 파는 주유소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 주유소에 재고는 없었다. 3일 대구시내 5개 주유소에 '요소수 재고 여부'를 문의했지만 재고가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화물차 운전자들에 따르면, 기존의 단골 주유소에서 주유 시 10ℓ 한 통씩 넣어주지만 이마저도 주유소에서는 '다음엔 재고가 없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수 품귀가 장기화될 경우, 물류대란마저 예상된다. 물류업계에서도 업체마다 요소수 준비 상황이 제각각인 탓이다.

권순석 새아로지스 대표는 "요소수 품귀와 상관없이 미리 구입해둔 물량이 있어 우리 업체에는 3개월분의 재고가 있다. 하지만 업체마다 요소수 재고 상황이 다르다보니 요소수 부족을 벌써부터 호소하는 물류 기업이 여럿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지난 1일 "경유화물차는 그동안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란 눈초리를 받으며 저감을 위한 의무를 다해왔다"며 "요소수 매점매석을 처벌하고, 품귀현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화물노동자에 전가하지 않는 제대로 된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