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노재헌 변호사 "대통령 공과 있지만, 최고의 아버지였다"

입력 2021-10-31 17:34:56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입관식을 마치고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입관식을 마치고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31일 고인에 대해 "대통령으로서는 공(功)과 과(過)가 있지만 가족에게는 최고의 아버지였다"고 추모했다.

노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추모의 글'이라는 제목의 추도문에서 "이제 그토록 사랑하던 조국과 가족을 뒤로 하시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편하게 쉬시기를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상주(喪主)로 지난 30일 닷새간의 국가장을 마친 노 변호사는 "이제 아버지를 보내드린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명암과 함께 살아오신 인생, 굴곡 많은 인생을 마감하셨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6·25 전쟁이 터지고 당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선택한 군인의 길은 평생의 운명이 되었다. 군인, 정치인, 대통령을 거쳐 일반시민으로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사법의 심판으로 인해 영어의 몸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 후 큰 병을 얻어 긴 시간 병석에 누워 고통스럽게 지냈고, 결국 영광과 상처가 뒤섞인 파란 많은 생을 마감했다. 그것 또한 본인의 운명으로 받아들이셨다"고 전했다.

가족에 대한 고인의 각별한 애정도 소개했다. 노 변호사는 "자식들에겐 과묵하지만 다정다감 하셨다"면서 "어머니와의 사랑은 경이로운 영역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중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고인은 절제와 중용이 몸에 밴 분이라며 "'비워라 그럼 다시 채워준다'는 철학으로 평생을 사신 분이었다. 그렇게 욕심이 없으셨던 분이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큰 고통이었다"고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선 "5·18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자 했다. 대통령 재임 시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학생·시민·노동자·경찰·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에 안타까워 하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 국민과 민족의 위대함에 언제나 희망을 갖고 계셨다. 이 시대의 과오는 모두 당신이 짊어지고 갈 테니 미래세대는 우리 역사를 따뜻한 눈으로 봐주기를 간절히 원하셨다"며 "저희에게 늘 강조하신 신조는 '비굴하지 말아라' 그리고 '민족 자존심을 지켜라'였다"고 말했다.

끝으로 노 변호사는 "아버지는 평생 자신과 가족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완벽한 분은 아니었다. 허물도 있고 과오도 있으셨다"면서도 "당신 스스로를 보통사람이라고 칭하였고 한사람의 위인보다는 여러 명 보통사람들의 힘을 더 믿었다. 아버지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지만 주어진 역사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분"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