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중소 IT 업체에서 일하는 조현재(31·부산 동래구) 씨는 보증금 2억원에 월 5만원 관리비가 드는 원룸방에 전세로 거주 하고 있다. 오는 12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건물주인은 최근 관리비를 10만원을 올리고, 월세 30만원을 추가하고자 한다고 조 씨에게 통보했다. 예상치 못했던 월 주거비 40만원 지출은 조 씨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그는 "이 조건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산다고 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며 "전세 보증금도 너무 오른데다, 다른 곳도 거의다가 반전세다.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 고 토로했다.
# 서울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김정균(32·대구 달성군) 씨는 진지하게 지방발령을 고민하고 있다. 김 씨도 올해 초 부터 반전세 집으로 계약이 변경 돼 매달 주거비로 50만원을 고정지출하고 있다. 그는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은행원임에 불구하고 고공행진하는 서울 집값에 가슴이 막힌다고 했다. 김 씨는 "부모님의 지원을 바랄 수 도 없는 형편인데 도저히 월급을 모아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가 없을 것 같다"며 "고향 지역으로 내려가서 사는게 그나마 형편에 더 맞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지역 전세 실종이 가파르다. 이미 반전세 등 월세를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 비중이 40%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달 말부터 전 금융권이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 인상분 이내'로 줄이면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임차인이 늘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10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 등록 건수는 모두 3만4천49건이다. 이 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계약은 1만3천323건으로 39.1%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8~10월을 따졌을 때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3개월(8~10월) 동안 반전세 거래 비중은 ▶2017년 30.4% ▶2018년 26.8% ▶2019년 27.1% ▶2020년 32.9% ▶올해 39.2%다.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임대차 보호법' 시행 후 전세 매물이 잠긴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11월에는 역대 최고인 40.7%를 찍기도 했다.

월세화 현상은 비아파트에서도 가속화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주택 임대차 중 비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47.6%를 기록했다. 서울은 47.4%, 수도권은 44.8%로 아파트보다 빠른 월세화를 보였다. 반전세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부가 주택 거래를 위축시키는 대출 규제에 나섰고 내년에도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면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한다고 했지만 내년에는 다시 포함시키기로 했다. 내년에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더구나 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해 다시 전세시장으로 떠밀리는 임차인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계약갱신은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5% 이내에서 가능했지만 신규 계약 때는 전셋값이 크게 치솟기 때문에 더 많은 '월세 난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대출 규제로 대출이 제한되거나,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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