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당초엔 싱거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말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후보가 승자가 되는 것은 예정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후보와 캠프는 심각한 실수를 했다. 수습과 대응도 부적절했다.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홍준표 후보와의 경쟁에서 누가 이길지 알 수 없게 됐다. 현 시점에선 11월 5일에 누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지 예측 불가다. 관전자는 재밌지만 당사자들에겐 피를 말리는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큰일 났다. 심각한 지경이다. 필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들 간 상호 공격의 화력이 '선'을 넘었다고 본다. 감정 대립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말이다. 걱정이다. 이러다간 경선 후유증이 심각해질 것 같다. 경선 후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힘을 모아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의 명-낙 대전은 저리 가라는 형국이 돼 버렸다.
서로를 '거짓말 후보' '막말 후보'라고 한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경선에서 같은 당 후보의 부인까지 들먹이면서 정쟁의 수단으로 삼은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이는 금도를 지키자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었다. 그러나 홍준표, 윤석열 후보와 각 캠프는 서로의 후보 부인에게까지 공격의 화살을 쏘고 있다. 암묵적 경계선이 허물어진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윤 후보의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개 사과'였다. 그 사진들을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씨가 올린 것이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윤 후보는 자신의 판단이었다고 방어막을 쳤지만, 의구심은 아직도 둥둥 떠다니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홍 후보 캠프가 '윤석열 망언 시리즈 25'로 공격하자, 윤 후보 측이 '홍준표 막말 시리즈 25'로 바로 받아치는 장면이었다. 점입가경이다.
윤 캠프는 국민 캠프, 홍 캠프는 열린 캠프라고 스스로를 홍보 중이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둘 다 '국민에게 망언으로 열려 있는 캠프' 같다. 지켜보는 국민과 당원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자멸을 넘어 공멸의 지름길로 달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후보 검증은 첫째가 정체성 검증, 둘째가 도덕성 검증, 셋째가 정책 검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말꼬리 잡기식 무차별 의혹 제기는 검증이 아닌 '마타도어'다. 이는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 남길 뿐이다. 그 뒤엔 파국과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경선은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어야지 '분열의 난장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심해지면 정권교체는 물 건너간다. 상대를 향한 손가락질과 조롱, 비아냥, 침 뱉기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국민적 혐오와 비호감도만 높일 뿐이다. 각 후보 측은 자제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다수의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선거는 내 편이 분열해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국민의힘 경선 후의 혼란이 더불어민주당보다 훨씬 더 심해질 듯하다는 것이다. 후보들 간의 높아지는 갈등도 문제지만, 경선 후 그 갈등을 수습할 정치력을 가진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각 후보도 인정할 만한 존경받고 권위 있는 지도자급 인사가 국민의힘에는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전임 당대표와 국회의장 등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줄 인물이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엔 그러한 인물이 부재하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그나마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특정 후보에게 경도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쉽지 않다. 따라서 이준석 당대표, 김기현 원내대표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또 선출된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라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된다. 당 내부 갈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야권 단일화라는 고차 방정식을 풀기도 벅찰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6일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최종 경선 룰을 확정했다. 질문은 하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누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랜덤)1번 홍준표, 2번 윤석열, 3번 유승민, 4번 원희룡입니다"로 결정됐다. 며칠 안 남았다. 이젠 정권교체라는 시대정신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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