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스포츠] 삼성라이온즈 '환골탈태'는 FA의 힘 !

입력 2021-10-31 06:00:00 수정 2021-10-31 12:35:06

FA(로이드) 오재일·백정현·박해민·강민호 …FA 내부 단속, 외부 영입으로 내년 전력 더 강화해야

3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삼성 5회초 2사 1루에서 오재일이 우익수 뒤를 넘기는 역전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3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삼성 5회초 2사 1루에서 오재일이 우익수 뒤를 넘기는 역전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놀라운 2021시즌을 보내고 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전용구장을 옮긴 지난 2016년부터 암흑기에 빠진 삼성은 올해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개막 전 다수 프로야구 관계자들로부터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은 삼성은 이를 비웃듯 중상위권을 달리다 막바지에 힘을 내며 KT 위즈와 공동선두로 정규시즌 144경기를 마무리했다. 삼성은 31일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T와 올 시즌 우승을 놓고 단판 대결한다.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면 서울 고척야구장에서 전 경기를 치르기에 이날 우승 결정전은 대구 팬들에게 미리 선물하는 가을야구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삼성은 30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11대5로 승리했고, KT는 인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8대3으로 이겼다.

기자는 자유계약(FA)이 다가오는 삼성의 스타플레이어 한 명과 'FA를 앞둔 시즌의 반짝 활약'을 놓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프로야구를 지켜본 오랜 경력을 밑천 삼아 "좀 쉬엄쉬엄하다가 FA 시즌에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가 선수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게 말처럼 쉽게 되느냐는 반박이었다. 몇 년간 형편없는 성적을 내다가 FA 시즌만 되면 좋은 성적을 내는 FA로이드를 여럿 봤기에 한 말이었는데 결과론적으로 해당 선수에겐 주제넘은 말이 된 셈이다.

사실 첫 FA 때까지는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지만 두, 세 번째 FA를 맞이하는 선수들은 나름 몸 상태를 관리하며 성적을 낸다. 매년 잘하기가 쉽지 않기에 돈이 보일 때 더 전력을 쏟는 것이다. 야구 본질이 사기와 도박성을 가미한 데다 프로이기에 돈을 추구하는 행위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들여다보면 삼성의 흥망성쇠에는 FA가 자리 잡고 있다. 내부 FA를 잘 단속하고 외부 FA를 몇 명 영입하느냐에 따라 한 해 농사가 달렸음은 익히 아는 일이다. 2000년대 7차례(2002, 2005, 2006, 2011~2014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의 힘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2011~2015년 정규시즌 우승, 2011~2014년 통합 우승으로 목말랐던 정상 등극의 갈증을 해소했다. 공교롭게도 2015년 시즌 막판 삼성은 주력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에 휩쓸려 통합 우승에 실패했다. 이때 불거진 도덕성 논란과 야구단 운영 환경의 변화, 삼성그룹 수뇌부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삼성은 큰 변화에 직면한다. 그룹 계열사 지위에서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자회사로 전락한 삼성의 낮아진 위상은 성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2014시즌 후부터 '왕조'를 구축한 내·외부 FA 스타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갔다. 배영수와 권혁이 한화 이글스로 옮긴 것을 시작으로 진갑용의 은퇴, 강봉규·임창용 방출, 안지만의 중도 하차, 박석민·최형우·차우찬 이적 등이 이어지면서 삼성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삼성은 올 시즌 다시 FA와 FA로이드에 힘입어 강호로 거듭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에서 FA 영입한 오재일은 이적 첫 시즌부터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상으로 시즌 합류가 늦었음에도 홈런 24개로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그는 30일 KT전에서 5회 5대4로 승부를 뒤집는 2점 홈런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FA로이드 백정현과 박해민, 강민호는 삼성의 선두를 이끈 주역들이다. 34세의 백정현은 나이를 잊은 호투로 삼성 왼손 에이스 역할을 했다. 27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2위, 승률 공동 4위, 다승 공동 4위를 마크했다. 역대 개인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부상으로 FA를 1년 미룬 그는 올해 재기에 성공해 FA 대박을 예고했다.

주장을 맡은 박해민은 솔선수범으로 삼성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공수주 3박자는 그의 전매특허다. 올 시즌도 팀 부동의 리드오프이자 KBO리그 최고 중견수로 능력을 과시했다. 지난달 말 왼쪽 엄지손가락 인대 부상으로 수술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잘 극복해 2주 만에 복귀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올 시즌 후 다시 FA를 맞는 포수 강민호는 세대교체 중인 삼성 마운드를 잘 이끌고 있다. 원태인과 뷰캐넌, 백정현 등 삼성 투수들이 올해 좋은 성적을 낸 것은 강민호의 빼어난 리드 덕분이다. 그는 수비력뿐만 아니라 공격력에서도 값어치를 확 끌어올렸다.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 18홈런, 6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9를 기록했다. 이는 FA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삼성의 FA(로이드)들이 앞으로 남은 가을야구를 어떻게 장식하느냐에 따라 삼성의 올해 농사도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이 2000년대 8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등극하면 세 명의 FA로이드는 따뜻한 겨울을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