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접종률 향상 고삐에도 소속‧신분 불안정한 미등록 외국인은 '언감생심'

입력 2021-10-19 17:14:43

외국인 등록증 있으면 사전예약·접종 순탄…여권 없는 미등록 외국인은 여전히 어려움 호소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저조한 외국인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방역당국이 안간힘을 쏟고 있다. 12일 경산시 예방접종센터 입구에 외국인 접종 안내를 위해 국기가 걸려 있고,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된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경북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61%에 달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아직 30%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저조한 외국인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방역당국이 안간힘을 쏟고 있다. 12일 경산시 예방접종센터 입구에 외국인 접종 안내를 위해 국기가 걸려 있고,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된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경북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61%에 달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아직 30%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달서구에 사는 외국인 유학생 A(30) 씨는 지난달 말 서구보건소에 접종 사전예약을 위해 방문했다가 포기하고 돌아왔다. 여권 없이 사진만으로 예약은 가능하지만 접종 당일에는 반드시 여권이 있어야 된다는 말을 듣고서다. A씨는 "여권 발급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외국인 근로자가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여권이 없어 접종 여부가 불투명하다면 예약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부가 외국인 접종률 향상에 힘을 쏟고 있지만 소속과 체류신분에 따라 접종 여건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 외국인들은 여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근무 여건이 안정적이지 않아 접종과 사전예약을 위한 시간을 따로 내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19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들이 코로나19 예방백신을 맞으려면 외국인 등록증, 여권 또는 본인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타 지류 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 접종 시스템 상 관리 및 중복 접종을 막기 위해서는 열 세 자리의 '임시번호' 발급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소속과 신분 확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신분증을 소지한 경우가 현실에서는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유학생 체류비자로 입국해 학교를 다니다가 생활고와 개인 사정을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고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많아, 학교나 사업장 측에서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여권을 되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달 외국인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고 구‧군 보건소에 공문을 통해 여권이 없더라도 외국인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미등록 외국인들은 거주지와 신분이 불안정하고, 직업적 특성 상 관리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파트 공사현장과 같이 일감이 있는 지역으로 거처로 옮겨 다니기 때문에 접종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다.

남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B(32) 씨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경우 사전 예약과 1, 2차 접종을 위해 한 두달 내 사흘이나 빼야 하는데, 자주 쉬면 눈총을 받는다"며 "사전예약이 필요 없는 얀센이 선호도가 높은데, 지난달 말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 오후 1시에 백신이 조기 소진됐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의 외국인 접종률은 여전히 전국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지난주(16일 0시 기준)까지 대구 외국인의 접종 완료율은 37.1%로, 전국 평균(46.1%)보다 저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달 구‧군 보건소를 통해 여권이 없는 미등록 외국인들도 접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안내했다"며 "체류 신분을 차치하고 외국인도 지역사회에 함께 사는 분들이니 집단 면역과 방역 차원에서 접종이 필요하다. 사업장들이 쉬는 일요일을 이용해 외국인 근로자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