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후보는 얼마 전 한 언론사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낯이 두껍고 속이 시커멓다"며 "이걸 중국 제왕학에서는 면후심흑(面厚心黑), 후흑(厚黑)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종 인가권자였으면서도 민간업자에게 엄청난 특혜가 가도록 사업이 '설계'된 것과 자신은 무관하며 오히려 "대장동 사업은 사과할 게 아니라 칭찬받을 일"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이 지사가 낯짝이 두껍고 마음이 시커먼지는 아직 심증에서 그친다. 이 지사가 특혜 의혹과 관련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이어 그리기'에서 표시된 숫자를 따라 선을 그어가면 호랑이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따라가다 보면 '이재명이 몸통'이란 그림을 만들어낼지도 모르는 정황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협약서 작성 과정에서 민간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것이 결정적이다. 민간사업자 선정이 이뤄진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 분양가 상승으로 초과이익이 생길 경우 이를 환수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이 제시됐으나 7시간 만에 이런 조항이 빠진 의견서가 이 지사의 측근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산하 전략사업팀에 접수됐다고 한다. 화천대유와 그 관계인들이 배당수익만 1천150배 넘게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 과정에서 이 지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대장동 특혜 비리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다. 이 지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사가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론은 자연스럽다. 그런 엄청난 사업 방식 변경이 최종 결재권자인 시장 몰래 이뤄졌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이에 대한 이 지사의 반박은 말 그대로 '후흑'이다. "2018년 3월 성남시장에서 사퇴해 집값 상승에 따른 분양가 통제, 개발이익 추가 환수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다. 교묘한 거짓말이다. 성남시장 퇴직 후 개발이익 환수 권한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성남시장이던 2015년에는 그런 권한이 있었다. 그러나 포기됐다. 이 지사가 말해야 할 것은 그 연유다. 그러나 이 지사는 민간은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것으로 돼 있어서 그 안에 어떤 식으로 누가 참여하고 개발이익을 취했는지 알 수 없었다고만 한다.
후흑은 여기서 멎지 않는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이 과거와 달리 100% 공공개발을 해야 했다고 적반하장을 한다"고 비난한다. 이 역시 거짓말이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보수' 여부를 떠나 언론이 100% 공공개발을 해야 한다고 한 적은 없다. 무슨 연유로 초과이익 환수 장치가 빠졌는가, 경실련의 비판을 빌리면 '인허가권자인 성남시가 부정부패를 차단하기보다 특혜 이익의 지원자 역할을 수행'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후흑은 청(淸) 말에 태어난 학자 리쭝우(李宗吾)가 영웅호걸의 공통점으로 꼽는 처세술이다. 그 궁극적 목표는 구국(救國)이다. 지도자는 시커먼 마음에 두꺼운 낯짝을 해서라도 보국(保國)을 도모해야 하며 그런 쓰임새가 아니면 후흑은 비루한 술수(術數)일 뿐이라는 것이다. "후흑을 이용해 사리를 도모할 경우 후흑을 사용하면 할수록 인격은 더욱 비루해진다. 후흑을 이용해 공리를 도모할 경우 후흑을 사용하면 할수록 인격은 더욱 고매해진다."
이재명의 후흑은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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