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곳곳 위험천만 등하굣길
학생들 주차된 차 피해 차도로…운전자들도 시야 확보 어려워
인근 주민들 “주차장 없는 주거밀집지역이라 어쩔 수 없다”
달서구청 “땅값 오름세로 주차장 조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 지난 13일 오전 8시 10분쯤 대구 달서구 선원초등학교 앞 선원로33길. 어린이보호구역인 이곳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도로 양옆을 점령했다. 불법 주정차량 사이로 나온 학생들은 통행 차량의 눈치를 살피며 종종걸음으로 찻길을 건너 학교로 들어갔다. 한 통행 차량은 학생을 뒤늦게 발견한 탓에 급정거하는 등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이날 등굣길에서 만난 선원초 2학년 학부모 A(40대) 씨는 "신호등도 없는 도로에 불법 주정차들이 많다. 딸이 길을 건너다 사고 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 직접 데려다주고 있다. 일 때문에 하굣길에는 데리러 올 수가 없는데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 14일 오후 1시 20분쯤 대구 달서구 죽전초등학교 정문 앞 죽전길. 도로 폭이 10m도 안 되는 어린이보호구역이었지만 불법 주차가 도로를 뒤덮고 있다. 하교길 초등생들은 불법 주차된 차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차도에 올라섰고, 이내 곧 통행 차량들이 경적을 울렸다. 죽전초 관계자는 "학교 앞 통학로가 너무 좁은데도 불구하고 상가·주거밀집지역이라 불법 주정차가 너무 많다. 학생들이 차도에서 등하교하고 있는데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어린이보호구역인 통학로에서 학생들이 위험천만하게 등하굣길을 오가고 있다. 인근에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 주민들의 차량이 이곳에 불법 주정차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에 공영주차장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원초 통학로의 안전 펜스와 현수막에는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불법 주정차가 금지된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30분 동안 이곳을 지켜본 결과, 주민들은 이같은 안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주차를 일삼고 있었다.
선원초 인근 불법 주정차에 '어린이보호구역 안내 전단지'를 꽂는 공공근로자 이모(49) 씨는 주민들이 상습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선원초 통학로에 불법 주차한 사람들은 경각심 없이 계속 주차하고 있다. 매일같이 안내 전단지를 차량 와이퍼에 꽂아두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불법 주정차들 때문에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 선원초 통학로는 학교 쪽에만 안전 펜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펜스가 없는 쪽에서 횡단하는 학생들이 주차된 차량에 가려져 통행 차량과 부딪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평소 선원초 앞을 운전하는 B(39) 씨는 "이 구간을 지날 때마다 주차된 차들 사이로 학생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다른 도로보다 선원초 앞에서는 주위를 더욱 살피면서 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천만한 통학환경에 학교도 신경을 바짝 쓰는 분위기다. 선원초 관계자는 "이전부터 불법 주정차 문제로 선생님들이 등하교 시간에 나가 교통안전지도를 하고 있다. 보안관 선생님들도 3명 배치해 교대로 학생들의 도보 통학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인근에 주차장이 없어 마지못해 어린이보호구역에 주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민 이모(69) 씨는 "남편이 어린이보호구역에 주차했다가 벌금을 두 번 물었지만, 마땅히 주차할 공간이 없다. 선원초 앞은 원룸이 모여있는 주거밀집지역인데, 옛날식 원룸이라 주차공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주차난으로 주민 모두가 고생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주차장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주거와 상가가 밀접한 지역에는 무작정 단속으로 근절할 수는 없다. 땅값 오름세로 사유지를 매입해 주차장을 조성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현재로서는 구청이 인근 종교시설이나 사유지에 유지보수비를 지급하는 대가로 주민들이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건축물부설주차장개방사업'이 유일한 대안이다. 어린이보호구역 인근에 해당 사업을 활용할 만한 공간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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