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경북문화재단 대표(전 산업자원부 장관)
한정된 초지를 가지고 있는 목장 주인이 10마리의 젖소를 키우면서 매일 10통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었다. 욕심이 생긴 목장 주인은 젖소를 20마리로 늘렸다. 우유 생산량도 20통으로 늘었다. 욕심이 하늘을 찌른 주인은 젖소를 100마리로 늘렸다. 그는 매일 100통의 우유를 생산하는 꿈을 꾸고 있었으나, 목초는 메마르고 우유는 한 통도 생산되지 못했다. 유명한 '패러다임의 역설'(paradox of paradigm)이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선언 이후 임금이 급증하자 많은 공장이 해외로 이전했다. 앨범을 만드는 한 업체는 모스크바 교외에 공장을 차리고 러시아인들을 고용했다. 사회주의 체제에 익숙한 이들은 하루 종일 100장도 만들지 못했다. 사장은 '100장을 만들면 퇴근해도 좋다'고 하자 정오가 되기 전에 작업이 완료됐다. 사장은 '고정급에 더해 만드는 수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자 생산량은 2배로 늘어났다.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던 아일랜드는 1980년대 중반 정부·기업·노조·의회 등이 참여한 국가경제사회이사회를 구성하고 임금, 의료, 세제 등 사회 전반의 개혁안을 마련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했다. 노조와 기업, 그리고 정치 집단은 제몫 찾기에 앞서 합의를 우선했고, 네 차례에 걸친 정권 교체에도 합의를 지켰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1988년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6.2%의 고도 성장을 지속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1988년 독일 총리가 되자 노동과 교육, 복지 등의 개혁을 담은 'Agenda 2010'을 추진했다. 노동자 계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사회민주당은 노동 개혁을 주도하면서 2005년 총선에서 패배했다. 기독민주당의 앙겔라 메르켈은 총리에 취임하자 슈뢰더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해 독일을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승자로 변모시켰고, 16년간 존경받는 총리로 재임했다. 한국의 사위인 슈뢰더는 "나는 성공한 정치인(politician)은 되지 못했지만, 존경받는 국가 지도자(statesman)가 되었다"고 술회했다.
정치의 계절이 되자 여야 가릴 것 없이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에는 본예산만 600조 원을 넘긴다고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사회활동을 규제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새로 창업한 기업들도 3분의 1은 1년 내 문을 닫고 70%는 5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인 기업가 정신도 OECD 37개국 중 27위로 떨어졌다고 한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 교수의 F학점 얘기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학점을 후하게 주는 교수로 유명했으며 단 한 명에게도 F학점을 주지 않았다. 그런 그가 수업시간 중 오바마 대통령의 '누구나 평등한 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 정책을 비판하자, 학생들은 교수의 생각이 틀렸다고 따졌다.
교수는 수강생 전원의 평균 점수를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주자고 제안해 학생들도 수용했다. 첫 번째 시험에서 전체 학생들의 평균 점이 B에 해당하자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나 놀기만 한 학생 모두 B학점을 받았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도 노는 학생과 같은 점수를 받는다고 생각해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체 평균점은 D였다. 마지막 시험에서 전체 평균은 F였다.
그는 실험의 결과로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을 부자가 되게 할 수 없다 ▷한 명이 공짜로 혜택을 누리면 다른 누군가는 그만큼 보상 없이 일해야 한다 ▷한 명에게 무상복지를 주려면 정부는 누군가로부터 강제적으로 부를 뺏어야 한다 ▷부를 분배함으로써 부를 재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하지 않아도 나머지가 먹여 살려줄 것이란 생각은 국가 쇠망의 지름길이다 등을 강조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지금은 분명 위기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들은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에 동참하면서 고통을 분담해 세계에서 유례없는 조기 극복 사례를 만들었다. 무상복지는 달콤하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는 것은 남미나 유럽 국가에서 이미 실증된 바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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