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도로 사정, 렌트카로 곡예 운전…온통 공사 중, 멀쩡한 곳은 일주도로 완성한 내수전~섬목 터널뿐
여행을 즐기는 50대 주부 A 씨. 제주도를 20여 차례 다녀온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울릉도를 처음으로 여행했다. 포항~울릉을 오가는 크루즈가 취항했기에 멀미 걱정 없이 여행에 나선 것이다.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울릉도에서도 렌트차를 직접 운전하며 섬을 일주한 그의 여행 소감이다.
"도로 사정만 보면 울릉도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땅인지 모르겠어요. 이 정도로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줄 몰랐어요. 서해안과 남해안의 여러 섬 지역을 여행했지만 이런 곳은 없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나라 땅을 대한민국이 버린 느낌마저 듭니다. 우리 국민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독도를 품고 있는데요."
A 씨 일행에 포함된 기자는 그의 한탄을 여행 내내 실감했다. 울릉도는 1996년 독도 취재차 두 차례 발을 디딘 이래 2000년대 3차례 포함, 이번까지 6차례 다녀온 곳이다.
A 씨의 섬뜩한 지적을 듣기 전까지 기자는 울릉도의 도로 사정이 열악한 것을 당연시했다. 화산섬으로 해안에 절벽이 많고 태풍이 많이 지나가기에 반듯한 도로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지난 2019년 완성된 일주도로 울릉읍 저동리 내수전~북면 천부리 섬목 구간(4.75㎞)을 보면서 울릉도의 도로 사정이 나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바꾸었다. 터널이 대부분인 이 구간은 왕복 2차로로 시원하게 뚫려 있다. 현재 울릉도에서 차량이 멈춤 없이 달릴 수 있는 곳은 이 구간의 터널밖에 없다.
나머지 기존 일주도로 구간은 전역이 공사 중이다. 관광객이 배에서 내리는 사동항이나 도동항에서 서면이나 북면, 울릉읍 어느 곳으로 달려도 도로 공사에 차가 막힌다. 태풍 피해를 복구하거나 왕복 1차로 도로를 확장하는 공사다.
20, 30년 전의 모습을 유지하는 도로 구간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왕복 1차로로 신호등을 두고 차량이 교행하는 기존의 짧은 터널이다. 신호 시간이 길어 정상 작동하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신호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출발하는 차량도 있고, 공사 구간에서 추월하는 차량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동항에서 내려 서쪽으로 달리는 서면과 북면 일대의 도로 사정이 가장 좋지 않다. 안전 운전을 하지 않으면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태다. 도동항과 저동항을 둔 울릉읍의 교통 체증과 주차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주도로 완성과 크루즈 취항은 울릉도 관광 활성화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한 상태이지만, 울릉도 여행을 가려는 이들이 많다. 자유로운 렌트카 여행이 일반화되고 차량을 배에 싣고 와 여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울릉도 렌터카는 2012년 54대였으나 지난 8월 기준 364대로 늘어났다. 포항~울릉 크루즈에 실을 수 있는 차량은 이달 현재 15대에 불과하지만, 시설 보강에 따라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런 실정을 고려하면 울릉도의 교통 체증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울릉군과 경상북도 등 지자체에서 이에 대비하겠지만, 안타까운 점은 왜 이렇게 도로 인프라 구축이 안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울릉도 일주도로 건설은 1963년 울릉도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확정됐다. 2001년 내수전에서 섬목 구간을 제외한 39.8㎞ 구간이 개통했고, 2019년에 완전 개통의 숙원을 풀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울릉도의 도로 건설은 지자체가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해안 절벽에서 난공사를 해야 하고 터널을 뚫어야 하기에 공사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국비 투입 없이 할 수 없다. 울릉군과 경상북도가 도로 건설을 위한 국비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일주도로 개통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자체와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에는 서해안 신안군 출신의 고 김대중, 남해안 거제도 출신의 고 김영삼, 동해안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집중적인 투자가 있었다면 울릉도는 지금 단장된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일주도로는 완성까지 무려 56년이 걸렸지만, 여전히 보기 흉하고 차량 운행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주도로는 최소한 왕복 2차로로 차량이 달려야 기능을 할 수 있다. 일주도로 주변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확충되어야 한다.
오는 2025년에는 울릉공항이 개항하는데, 관광객 급증이 예상된다. 국민이 바라는 '관광 울릉도'를 가능하게 하려면 도로 등 사회 기반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국비 투입 없이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울릉도에서 캠핑, 한 달 살기를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울릉도에서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 거주민을 본토로 이주시키는 '쇄환정책'이 시행된 적이 있다. 울릉도를 침입한 왜구로부터 섬 주민을 보호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이는 일본의 독도 침략 야욕에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독도를 더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라도 '관광 울릉도'를 위한 기반시설은 잘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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