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부모를 버려야 한다
시마다 히로미 지음/ 방송대출판문화원 펴냄/ 2018년
책 제목이 처음에 몹시 낯설었다. 경악에 찬 시선으로 첫 장을 펼쳤다. 간병 살인 사건으로부터 전개되는 내용은 궁극적으로 미래의 시대상을 앞당겨 보여준다. 부모는 자식이 자라면 독립을 시켜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행위이다. 이렇게 떨어져 살면 결국 자식도 부모를 버리는 형태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두고 부모를 버려야 한다는 민낯의 제목이 성립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그다지 황당한 논제는 아니다, 사람들이 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학업이나 직장생활 때문에 부모와 자연스레 떨어져 지낸다. 이런 경우는 책 제목처럼 일부러 부모를 버릴 필요가 없다.
1953년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 '시마다 히로미'는 도쿄대학에서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방송교육개발센터와 일본여자대학에서 교수로 일했다. 작가는 고령화 시대의 저출산 문제와 저성장 경제가 맞물리는 화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간병과 이에 따르는 문제를 '간병 살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낳아 사랑으로 키웠으나 그 자식은 전통사회와 달리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 자식의 인성이 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했다. 효심이 잘못되었다고 다그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제 자식으로서도 고령자를 간병할 여력이 없어진 상황이다.
홀로 부모를 모시고 살던 딸이 부모를 간병하며 살다가 경제난에 몰려 동반 자살을 시도한다. 부모는 죽었건만 딸 혼자 자살에 실패하여 교도소에 들어갔다. 또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이 어머니의 병이 점점 깊어지자 퇴직까지 하고 돌보게 된다. 역시 마지막에는 생활비가 바닥나 어머니와 동반 자살을 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지쳤다. 저금도 연금도 바닥이 났다.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가 다 같이 죽자기에 동반 자살을 하려고 했다."(8쪽)
첫 일례에서 간병을 했던 딸의 진술이다. 여간해서 죽지 않는 사회에는 예기치 못한 불편함이 따른다. 재택 간병이 막바지에 왔다. 국가적 차원의 간병보험제도만으로는 구제할 수 없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간병이 고령화 사회에서 힘들어진 이유를 책 끝부분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의 소제목은 '버리지 않으면 내가 버려진다'이다.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서로를 버린 상태로 살고 있다. 대학교 때부터 부모를 떠나 스스로 생활하며 일어서지 않았던가.
이 책의 요점은 '일찌감치 자녀를 독립시켜라. 그러면 그들에게 간병을 맡길 일도 없거니와 간병 살인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간병에 맞는 제도를 세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간병 문제뿐만 아니라 저출산 문제, 이에 연결되는 국민연금에까지 사회제도를 만들고 보완하면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본분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만이 시대적 해결책이 아니다.
임정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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