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 바로 위 CCTV 설치…경찰, 확인 안 하고 오래 방치
유족들 상황 파악 제대로 못해…"운전자 구속영장 기각에 억울"
지난달 30일 등교하던 경주 한 초등학생이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사건(매일신문 2일 자 8면 등)과 관련해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최근까지도 사고현장 바로 위에 설치된 CCTV 영상조차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매일신문 취재에서 확인됐다.
사고현장인 경주시 동천동 구황교 인근 횡단보도 바로 위엔 CCTV가 있다. 삼각형 횡단보도 표지판 아래 2대의 카메라가 도로 양쪽을 비추는 형태다. 카메라는 횡단보도 주변 상황을 상시 촬영해 3주 정도 분량의 영상을 저장한다.
카메라가 설치된 기둥엔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CCTV 촬영중'이라고 적힌 노란색 안내판도 붙어 있다.
사고는 지난달 30일 오전 7시 48분쯤 일어났다. 초등학교 5학년 A양은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깔려 숨졌다.
유족 측은 다음날 사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이 보여준 영상엔 사고 장면은 다른 차량에 가려 찍히지 않았고, 덤프트럭이 A양을 밟고 지나가는 듯 두 차례 덜컹거리는 모습이 전부였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이후 직접 목격자를 수소문해 추가로 영상을 확보한 유족은 사고 직후 운전자 B씨가 보인 모습에 분노하고 있다. 덤프트럭 100여m 뒤에서 촬영된 영상엔 흐릿하지만 사고 직후 운전자 B씨가 도로에 누워있는 A양을 잡아 끌며 인도로 옮기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직접적인 사고 장면은 없었다.
유족 측은 지금껏 가장 알고 싶은 건 A양의 사고 당시 모습이라고 하소연한다.
제보자에 따르면 횡단보도 바로 위 CCTV엔 사고 상황이 고스란히 찍혔다. 운전자 B씨가 쓰러진 A양의 옷을 잡고 바닥에 끌며 인도로 옮기는 모습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이후 보름 넘도록 해당 CCTV 영상을 확인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4일 경주시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 "횡단보도 CCTV 영상이 있으니 필요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경찰은 끝내 영상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매일신문 취재가 시작된 지난 14일 오전에서야 경찰은 해당 영상을 확보했다.
이런 이유로 유족 측은 지난 2일 법원이 운전자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유족 측은 "(운전자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사고 수습을) 그렇게 했겠냐"며 "경찰이 사고 직후 해당 영상만 확보해 제출했다면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경찰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물어보니 해당 CCTV가 최근 설치돼 시험가동 중이라고 해서 작동이 안 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 해명과 달리 해당 CCTV는 2019년 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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