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노벨의학상 나오나…'한탄 바이러스' 발견 이호왕 교수 물망

입력 2021-09-24 07:40:03 수정 2021-09-24 07: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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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의 '한탄 바이러스' 최초 보고 후 전 세계서 유사 바이러스 발견
"바이러스 연구 전 과정서 성과, 업적 낸 것이 주효"

23일 정보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공개한 노벨상 수상 예측 후보 명단에 고려대학교 이호왕 명예교수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 명예교수는 미국 뉴멕시코대학 칼 존슨 명예 객원교수와 함께 한타바이러스 분리 및 동정, 신증후군출혈열(HFRS) 연구에 기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예측 후보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23일 정보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공개한 노벨상 수상 예측 후보 명단에 고려대학교 이호왕 명예교수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 명예교수는 미국 뉴멕시코대학 칼 존슨 명예 객원교수와 함께 한타바이러스 분리 및 동정, 신증후군출혈열(HFRS) 연구에 기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예측 후보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이호왕 고려대학교 명예교수(93)가 또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 명예교수는 전 세계에서 여전히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한타 바이러스 연구 분야 내 독보적인 존재로 20여년간 노벨상 수상 후보로 꾸준히 점쳐졌다.

다음달 4일 노벨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까지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예정돼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된 상위 0.01% 연구자를 발표하는 학술 데이터베이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는 올해도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21년 피인용 우수 연구자' 16명을 골라 23일 발표했다. 한국인으로는 이 교수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우수 연구자들의 국적은 9명이 미국, 3명은 일본, 그 밖에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싱가포르가 각각 1명씩 이름을 올렸다.

이 교수는 대한바이러스학회 초대회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인 생물학자이다. 에이즈,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전염성 질환으로 알려진 유행성 출혈열의 병원체인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이들을 포함하는 새로운 병원균을 '한타바이러스'라고 이름을 붙였다.

1928년생인 이 명예교수는 1976년 3월 경기도 동두천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한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와 면역체를 발견했다. 등줄쥐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야생들쥐다.

유행성출혈열은 당시 정체불명의 괴질로 유명했다. 이 교수가 낸 자서전에 따르면 1, 2차 세계대전 때 군인 수천 명이 유행성출혈열로 목숨을 잃었고, 한국 전쟁 당시 유엔군 3천200명도 이 병을 앓았다.

당시 미국도 유행성출혈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구에 나섰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 병원체 바이러스를 발견장소의 이름을 따 '한탄 바이러스'로 명명했고 그가 이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후로 전 세계에서 유사한 바이러스가 보고되기 시작됐다.

핀란드에서 발견된 푸말라 바이러스, 이 명예교수가 이후 발견한 서울 바이러스 등이 그 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바이러스들을 현재 한타 바이러스과(科)로 묶어 분류하고 있다.

한타 바이러스는 설치류의 배설물을 통해 감염된다. 폐를 거쳐 신장을 망가뜨리면서 두통, 근육통, 발열 등을 일으킨다.

이 명예교수의 업적은 바이러스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989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행성 출혈열 진단키트를 개발했으며 1990년에는 유행성 출혈열 예방백신인 '한타박스'도 개발했다. 1991년 상용화돼 사용되기 시작한 한타박스는 한국 신약 1호로도 유명하다.

이 교수는 병원체 발견에서 진단, 백신개발까지 완료한 세계 최초의 과학자로 '한국의 파스퇴르'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연구 업적은 전 세계 대학에서 배우는 모든 의학 및 생물학 교과서에 연구업적이 실려 있다. 이 때문에 쿠루병 연구로 1976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대니얼 가이듀섹 교수에 의해 처음 노벨생리의학상 후보자로 추천받은 이후 꾸준히 유력 후보자로 거론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명예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유행성출혈열연구협력센터소장, WHO 바이러스전문위원,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02년에는 국가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