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경주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를 다녀와서

입력 2021-10-05 11:59:55 수정 2021-10-05 16:31:47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안녕하세요, 생활치료센터 담당의사 이동원입니다. ○○씨 맞으시죠? 밤에 잘 주무셨어요? 아침에 열이 있던데 컨디션은 어떠세요? 식사는 잘 하셨나요? 약 먹고는 증상이 나아지셨어요?"

아침에 올라온 환자의 혈압, 맥박, 체온을 살펴보다가 열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다. 입원 4일째 미열이 생긴더니 이날 아침에는 열이 제법 올라있었다. 전날부터 계속 신경이 쓰이던 환자였다. 오전에 엑스레이(X-ray)를 찍은 뒤 결과를 보고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얼굴을 보고 청진기로 진찰을 해 보면 좋으련만 생활치료센터의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오전 내내 전화를 하고 환자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상태를 확인하다보니 벌써 오후 1시가 돼 있었다. 전화통화만 100통 넘게 한 거 같다.

그렇다보니 가끔 내가 의사인지 콜센터 직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통화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계속해서 통화 중인 경우도 있고, 아침에 늦잠을 자는 젊은 친구들은 도통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차례 전화를 걸어도 통화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혹시 밤새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또 다시 오후 전화통화가 시작된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설명하고 상태를 확인한다던가, 오전에 활력 징후에 이상이 있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환자들의 상태를 재차 확인하는 작업이다.

몇 주 전 다녀온 경주생활치료센터는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웅장하며 멋있는 최신식 건물이다. 밖을 내다보면 흡사 유명리조트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생활치료센터 내 태구파티마병원 진료 팀 맞은편에는 대구보훈병원 진료 팀이, 그리고 옆방에는 시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그 옆방은 해병대원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다. 근무실 의자에 앉는 순간 대형 모니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는 환자의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체온을 작은 박스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창들이 있다.

환자의 상태는 환자들이 각방에 배치된 기계로 각자 측정한 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올리면 전체 정보 창에 박스로 올라오게 되고, 비정상적인 부분은 빨간 색으로 표시된다. 환자들은 각각 연수원의 방에 2인 1실로 배정되어 있고, 밖으로 나올 수 없으며, 모든 음식과 필요 약들은 해병대원들이 레벨D 방역복을 입고 나눠주는 방식이다.

전화로 만난 환자분들은 대부분 협조적이셨다. 몇몇 예민한 분들도 있었지만, 전화로 대화하는 것에 불편함은 없었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되면서 낯선 곳에 떨어져서 낯모르는 이와 단 둘이 10일을 생활하게 돼 황당함과 고립감을 느꼈을 환자들에게 비대면 이지만 관심 갖고 있다는 마음을 충분히 전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행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도와주셨던 많은 대구시청 및 소방서 공무원들도 수많은 환자들의 요구와 민원들 속에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특히 밤늦게 이송 환자들이 생기면 왕복 4시간 거리를 이송해 준 119구급대원들, 방역복을 입고 약과 음식을 나눠주던 해병대원들, 함께 일한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 무엇보다 협조적으로 잘 따라주었던 환자들까지 모두가 이 난세의 영웅으로 느껴졌다.

물론 생활치료센터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활치료센터를 다녀온 사람들 후기를 봐도 좋은 의견은 별로 없다. 하지만 어쨌든 현재의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생활치료센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남몰래 애쓰고 있는지를 체감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의 긴 터널 속에 빛을 밝히는 모든 이들이 K-방역의 핵심인물이다.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