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상주의-일렁이는 색채, 순간의 빛

입력 2021-09-25 06:30:00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지음/ 서희정 옮김/ 미술문화 펴냄

인상파의 대표 주자인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인상파의 대표 주자인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피아노 치는 소녀들'.
젊은 시절의 르누아르. 나무위키 제공
젊은 시절의 르누아르. 나무위키 제공

#1 평화로워 보이는 오후, 2명의 남성과 2명의 여성이 숲속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이중 한 여성은 나체로 앉아있다. 하지만 전혀 에로틱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풍경 속에서 그 포즈는 자연스레 녹아든다. 어디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이 작품은 마네의 작품인 '풀밭 위의 점심 식사'다.

#2 중절모를 쓴 한 노년 신사가 강 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옆에 개 또한 주인의 시선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옆에 투망이 있고 신사가 낚싯대를 잡고 있는 걸로 봐서는 낚시를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다소 나른해보인다. 이 작품(낚시꾼)을 탄생시킨 장루이 포랭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원래 풍자와 캐리커처를 추구하는 화가였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빛을 다루는 인상주의 반열에 올랐다.

르누아르, 모네, 마네 등으로 대표되는 '인상주의'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하면서도 강렬하다. 그림 하나하나가 당시 사람들의 일상 모습이기도 하고 물감의 색채 또한 진하다.

인상주의의 탄생에는 1841년 튜브 물감 발명이 큰 역할을 했다. 작업실을 벗어나 날씨와 빛이 시시각각 변하는 바깥 세상으로 화가들을 뛰쳐나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상주의는 직관적이고 즉흥적이며, 역동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19세기 중·후반 유럽을 중심으로 신진 화가들이 기존 전통을 과감히 뿌리치면서 개척한 인상주의는 이처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을 화폭에 담았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이 책은 '아트북'이다. 인상주의 작가들의 대표 작품들을 보여주며 상세한 설명을 붙여 인상주의 작품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카페에서 커피 한잔에 술술 읽어볼 수 있다.

특히 '해시태그 아트북' 시리즈의 3번째 이야기로 선보이는 이번 책은 인상주의를 오래도록 사랑해온 애호가들에게 '종합 선물 세트'나 다름없다.

인상주의 명작 36점을 엄선해 색감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고화질 도판을 전면에 배치했다. 또한 '잘 알려진 작품들'과 '예상치 못했던 작품들' 등 모두 2부로 나눠 인상주의의 다양한 면면에 주목했다.

'잘 알려진 작품들'에서는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조르주 쇠라처럼 인상주의를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거장들의 정수를 담았으며, '예상치 못했던 작품들'에서는 호아킨 소로야, 주세페 데 니티스, 안데르스 소른, 프레데리크 바지유 등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인상주의 역사에서 당당히 한 몫을 해낸 예술가들의 숨은 명작을 담았다. 109쪽.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