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성시위대 취재 기자들 납치·폭행…최소 14명 구금

입력 2021-09-10 08:32:37

탈레반에게 잡혀가 구타당한 에틸라트로즈 소속기자들. 더선 유튜브채널 캡처
탈레반에게 잡혀가 구타당한 에틸라트로즈 소속기자들. 더선 유튜브채널 캡처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시위대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탈레반에 납치·감금, 폭행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아프간 매체 '에틸라트로즈'(Etilaatroz) 소속 기자 2명이 수도 카불에서 열린 여성 시위를 취재하다가 탈레반에게 잡혀가 구타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4시간 뒤 풀려나 병원으로 이송됐다.

BBC는 폭행으로 기자들 몸 곳곳에 심하게 피멍이 든 사진도 공개했다. 폭행을 당한 기자들은 탈레반이 자신들을 체포한 뒤 따로따로 방에 데려가 전선 등으로 마구 때렸다고 증언했다.

한 기자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경찰서에서 몽둥이, 전선, 채찍 등으로 구타했다며 "참수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붙잡힌 기자들은 4시간 만에 풀려나 병원으로 이송됐다.

미국 기자도 채찍을 휘두르려고 준비하는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받았으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구타는 피했다.

국제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탈레반이 이틀 사이 최소 14명의 언론인을 구금했다가 석방했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버틀러 CPJ 아시아 담당국장은 "탈레반은 아프간의 독립 언론을 계속 자유롭고 안전하게 운영하게 해준다고 앞서 약속했다"면서 "이런 약속이 무가치하단 점을 빠르게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탈레반 과도정부는 9일 성명을 통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시위는 금지하고, 승인 없이 시위한 이들에 대한 결과는 그 시위대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