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돌고 도는 배신

입력 2021-09-06 05:00:00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너는 나를 세 번 모른다고 할 것이다." 예수가 제자 베드로에게 한 말로 성경에 나온다. 어떤 이가 베드로에게 '예수와 함께 다녔다'고 추궁하자 베드로는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미리 안 예수가 베드로에게 예언했는데, 진짜가 돼 버렸고 베드로는 후회를 했다지만 이미 늦은지라 어쩌랴.

믿음으로 맺어진 제자조차 스승을 부인한 오랜 옛날 먼 곳에서 전하는, 선(善)한 쪽이 배신을 당하는 사례는 흔하고 넘친다. 특히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그렇다. 주변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따라 우린 속았고, '어쩔 수 없다'며 체념했고, 또 어쩔 수 없다면서 이를 감내하며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래선지 이런 일이 나라 안에서도 일상(日常)이 됐다. 특히 힘세거나, 권력자나, 많이 배워 좋은 간판을 뽐내거나, 돈 방석 깔고 살거나, 선거로 감투를 쓰거나 완장 낀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즐겼고,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세등등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지난 2016년 영남 5개 시·도지사가 영남권 신공항 추진 대신 정부가 제시한 기존 김해공항 확장 정책 지지 합의를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파기한 일도 같다. 현실의 정치권력 힘이 약한 대구경북을 따돌리고 부울경이 정부·여당과 한 몸으로 뭉쳐 지난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가덕도신공항 건설 재추진에 나섰으니 말이다.

같은 영남권 시·도지사 합의문조차 힘의 논리로 휴지 조각이 되는 판이니 대구경북과 대구시의회·경북도의회의 배신감과 분노는 어떠했겠는가. 그랬던 경북도의회가 이번에는 알 수 없는 논리로 비슷한 일을 저질렀으니 놀랍지 않은가.

지난 2일 경북도의회는 통합신공항의 군위·의성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 과정에서 군위군이 내건 '군위군 대구 편입안'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7월 30일 '군위군 대구 편입' 등 조건으로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 때 도의원 60명 중 53명이 지지한 것과는 딴판이다. 속된 말로 배신을 '때린' 셈이다.

배신의 책임은 대체로 그랬듯 그런 행동을 한 사람보다 피해자의 몫이었다. 숱한 선례가 우리 사회에 널렸다. 이번에 "내 책임이오" 하고 나선 사람이 혹 있었던가. 배신이 돌고 도는 일상이니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