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 검은 액체가 영감을 줬던지 유명한 음악가들 중에도 커피 애호가가 많다. 베토벤은 '커피가 작곡의 원동력'이라면서 아침마다 60알의 원두를 갈아 마셨다. 브람스는 자기 외에는 어느 누구도 커피를 타지 못하게 할 만큼 철저했고, 전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하루에 커피 3ℓ를 마셨다고 한다.
바흐 역시 커피 매니아였다. 그는 1732년 무렵 번성했던 커피 열풍을 풍자한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다.
칸타타는 바로크 시대에 발전한 성악곡의 한 형식으로 독창·중창·합창에 기악 반주로 이뤄져 있다. 칸타타는 '교회 칸타타'와 '세속 칸타타'로 나누어지는데, '커피 칸타타'는 그 중 세속 칸타타에 속한다. 전자는 프로테스탄트의 교회에서 예배를 올릴 때 부르는 노래이며 후자는 교회와는 관계없이 지인이나 귀족들의 결혼, 생일 등을 축하하기 위한 연기를 수반하지 않는 음악극이다.
모두 10곡으로 구성된 커피 칸타타는 풍자와 익살스런 내용이 가득하다. 커피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와 딸의 실랑이가 주된 내용이다. 익살스러운 해설자와 감정 조절을 잘 못하고 버럭하는 아버지, 그리고 재치 있고 영리한 딸. 이렇게 세 명의 독창자가 주고받는 만담 같은 칸타타이다. 아버지는 딸에게 산책도 못 하게 하고, 스커트도 안 사준다고 하고, 심지어는 약혼자랑 결혼도 못 하게 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렇게 커피 마시는 것을 반대하지만 결국 딸은 아버지를 이긴다. 아빠의 바람대로 커피를 끊겠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심시키려는 하얀 거짓말이다. 뒤늦게 딸의 거짓말을 알아차리지만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못이기는 척 하며 아버지는 딸의 청을 들어준다.
커피 칸타타'의 마지막 장면에선 해설자와 아버지, 딸 역의 세 사람이 다 나와서 "고양이는 쥐잡기를 그만 둘 수 없지"라는 3중창을 부르며 희극 칸타타의 막을 내린다. 이 칸타타에서는 딸의 아리아 "커피는 어쩜 그렇게 맛있을까"가 유명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커피! 커피!'를 반복하며 외친다. 보통은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나 쳄발로 같은 건반악기가 같이 연주되는데, 유독 이 아리아는 플루트가 분위기를 돋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춰 일상이 그리운 요즘,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들으며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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