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외국인 백신접종' 현장 분주…"무료 접종 해준 한국에 감사"

입력 2021-09-05 16:46:42 수정 2021-09-05 17: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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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노출 우려했으나 친구 권유로 맞게 돼…한국에 감사하다고 표현도

2일 경주시 예방접종센터에 마련된 미등록 외국인 임시관리번호 발급 부스 앞에 외국인들이 모여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2일 경주시 예방접종센터에 마련된 미등록 외국인 임시관리번호 발급 부스 앞에 외국인들이 모여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2일 오후 경북 경주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을 위한 미등록 외국인의 발길로 분주했다.

경주에는 외동·강동·건천 등지에 다수의 산업단지가 있어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 경주에 사는 미등록 외국인은 5천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날 센터에는 외국인 임시관리번호 발급 부스가 설치돼 임시관리번호 발급과 예약, 접종이 원스톱으로 이뤄졌다.

미등록 외국인인 중국인 A씨는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망설이다가 '불이익이 없다'는 친구의 말에 접종하게 됐다. 당일 모든 걸 마쳐 후련하고 좋다"고 했다.

임시관리번호 발급 부스 옆엔 백신 접종을 하려는 외국인 20여 명이 길게 줄을 섰다.

사전 예약을 통해 이날 접종을 한 캄보디아 출신 행 속룬(42) 씨는 "캄보디아 가족도 2개월 전쯤 백신을 맞기는 했지만 모두 중국산 백신이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화이자 백신을 맞게 돼 가족이 많이 부러워한다"며 "무료로 백신 접종을 해준 한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경주시보건소 관계자는 "지역 외국인 관리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로 많은 미등록 외국인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6일쯤 미등록 외국인 2천 명 정도가 접종을 끝낼 전망"이라고 했다.

경산에서도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일 197명이 '얀센' 등을 접종한 데 이어 2, 3일 이틀간 315명이 접종 예약을 마쳤다.

경산시보건소 관계자는 "이들 중 일부는 인근 영천에서도 접종예약을 해 중복된 부분이 있고, 일부는 미등록 상태라 혹시나 불이익을 받을 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접종을 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면서 "불법체류 등 법적 문제는 일절 따지지 않으니까 17일까지 모두 예방 접종을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베트남 출신 외국인 근로자 땡자이 씨가 1일 칠곡군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접종을 받고 있다. 칠곡군 제공
베트남 출신 외국인 근로자 땡자이 씨가 1일 칠곡군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접종을 받고 있다. 칠곡군 제공

칠곡군에서도 칠곡군교육문화회관에 있는 예방접종센터에서 외국인과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이 한창이다. 원활한 접종을 위해 보건소 의료진과 다문화센터 통역 지원사도 팔을 걷어부쳤다.

베트남 출신 외국인 근로자 땡자이(29) 씨는 지난 1일 칠곡군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접종을 받은 뒤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도 하루빨리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칠곡군은 14일까지 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이어갈 예정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밀집한 공단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2일 경주시보건소 관계자들이 예방접종센터에 외국인 임시관리번호 발급 부스를 설치해 미등록 외국인의 백신 접종 예약을 돕고 있다. 김도훈 기자
2일 경주시보건소 관계자들이 예방접종센터에 외국인 임시관리번호 발급 부스를 설치해 미등록 외국인의 백신 접종 예약을 돕고 있다. 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