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사회 /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출판그룹 펴냄
"불의는 불화와 증오를 가져오지만, 정의는 융화와 우애를 가져온다"는 플라톤의 말은 정말 맞는 걸까? 아니면 "정의는 다름 아닌 강자에게 이로운 것이다"라는 트라시마코스의 말이 현실을 더 정확하게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까? 설령 불공정사회라는 진단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무엇이 공정인가'라는 물음에는 의견이 갈린다.
책은 30여년 간 정치철학을 강의해온 저자가 불공정한 사회에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아홉 개의 질문을 통해 현실의 요구에 대한 사유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1. "합법적인 것은 반드시 정당한가?"-권력 집단은 자신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인 것처럼 위장하기 때문에, 법만 지키는 일차원적 합법성은 법의 이름으로 법치주의의 토대를 파괴한다. 2. "능력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가?"-열심히 노력해서 능력을 갖추면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는 오늘날 허구와 신화로 밝혀졌다. 3. "뛰어난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가?"-학벌로 무장한 지배계급은 무엇이 중심 '가치'이고, 무엇이 '능력'인가를 결정함으로써 특권과 특혜를 누릴 뿐이다. 4. "내 것은 정말 나의 것인가?"-현대사회에서 소득과 부는 시장과 사회의 제도와 연결됨에 따라 내 것은 결코 나의 것이 아니다. 5. "부는 집중되어야 생산적인가?"-사회적 불평등을 집중의 단순한 부작용으로만 생각한다면 정의로운 사회로 나갈 수 없다. 집중은 생산적일뿐 아니라 파괴적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6. "경쟁은 효과적인 분배방식인가?"-경쟁은 할수록 심해지고 사악해지는 속성이 있다. 자연오염과 독점이 견제되지 않고 정부가 부패하면 재화는 효과적으로 생산되고 분배되지 않는다. 7. "연대는 언제 연고주의로 변질하는가?"-호혜성과 유대감을 기반으로 한 단순 유대관계가 개인들을 하나의 끈으로 결합해 이익집단으로 변질되면 '연고주의'가 된다. 8. "정의는 이념갈등에 중립적인가?"-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습득한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은 관용과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다. 관용 없는 이념갈등은 절대 중립적일 수 없다. 9. "신뢰는 더는 사회적 덕성이 아닌가?"-민주주의는 제도화된 불신의 산물이다. 불신, 즉 상대방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선출된 지도자가 독재자가 되는 걸 막는다.
책은 현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내로남불' 논리에 일침을 가하면서 공정으로서의 정의 실현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정치철학적 현실을 고찰할 수 있는 좋은 참고서다. 30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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