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환수 프로의 골프 오디세이] <65>염치없는 골프장들

입력 2021-09-02 14:30:00 수정 2021-09-02 19:22:52

돈벌이 '급급' 누더기 되도록 방치한 그린…휴장없는 라운드, 관리는 뒷전
흉터 같은 잔지보면 분통 터져

골프장들이 단군 이래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관리는 뒷전이라 골퍼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듣고 있다. 경북의 한 골프장 그린. 잔디를 네모로 짜집기한 그린 상태는 골퍼들의 화를 자아낸다.
골프장들이 단군 이래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관리는 뒷전이라 골퍼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듣고 있다. 경북의 한 골프장 그린. 잔디를 네모로 짜집기한 그린 상태는 골퍼들의 화를 자아낸다.

밀려드는 골퍼들로 골프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골프장 개장 이래 최고의 황금기나 다름없다. 골프장들의 즐거운 아우성은 홀마다 그득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심상치 않은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은 많은 이들에게 고통스런 시간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은 골프장의 즐거운 비명과는 달리 절망스런 목소리다.

지난 주말 한 시간 이상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김천의 모 골프장은 늦은 3부 시간임에도 티업을 준비하는 골퍼들로 빼곡하게 들어 차 있었다.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했음에도 그린피가 회원제 골프장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금액이었다.

이곳은 최근 한국프로골프협회로부터 경북지역 시합장으로 지정돼 젊은층 골퍼들이 유난히 많은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티업에 이어 그린위 볼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구부리다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누더기 같은 그린 상태다'는 표현은 오히려 점잖은 축에 속하는 말이었다. 첫 홀에서 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속으로' 다음 홀은 괜찮겠지' 위안하며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다음 홀은 누더기가 아닌 '벌거숭이' 그린인데다 이를 모면하기 위한 듯 뿌려 놓은 모래는 백사장의 주변과 별반 다른 차이가 없었다.

캐디에게 다음 홀의 상태를 물어봤다. 되돌아 온 답변은 모든 그린 상태가 이와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골프장 측에 철저히 기만당하는 기분이 솟구쳤다. 골프장의 철면피한 횡포가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라운드를 종료하고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동행인들의 만류로 라운드를 씁쓸하게 마치고 귀가했다.

골프장 측의 무성의와 관리상태를 원망해봐야 '예약하지 않으면 불만도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들을 것이 뻔해 참는다는 한 여성골퍼의 투덜거림이 떠올랐다. 마치 백반을 시켰는데 달랑 밥만 차려져 있고 반찬은 김치가 고작인 경우와 다를바 없다면 이를 가만히 지켜볼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골프에서 그린의 퍼팅은 티샷과 아이언 어프로치를 모두 합한 숫자에 버금갈만큼 중요한 비율을 차지한다. 절반에 가까운 즐거움이 그린의 묘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그린 상태는 1박 2일로 영덕을 다녀온 필자의 수강생에게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전경을 자랑하는 골프장인데 그린의 상태가 김천 모골프장과 흡사하다는 얘기였다. 분에 못이겨 항의를 할라치는데 동반자 부부가 말려 겨우 참고 절대 이 골프장은 방문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다짐 만 외치며 돌아온 골퍼는 이에 대해 "소비자인 골퍼들이 철저히 갑이 아닌 을로 전환된 현실 때문"이라고 자조했다.

밀려드는 골퍼들로 휴장 없이 뺑뺑이 돌리듯 하는 현재 골프장을 두고 단군 이래 최고조의 성수기로 여겨 잔디의 관리는 뒷전임을 알수 있었다.

주간에 밀려드는 골퍼들도 모자라 야간에도 쉼없이 라운드를 강행해 그린 잔디가 초주검이 된 상태임을 골퍼들이 모를 리 없다. 이러한 지경임에도 잔디의 관리보다 당장 현금 헤아리기에 급급한 일부 특정골프장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리는 골퍼들이 자꾸만 늘어만 가고 있다. 이참에 몰상식과 염치 없는 골프장을 철저히 가려 퇴출시키는 골퍼인 서명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심정이다.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