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

입력 2021-08-18 12:12:16 수정 2021-08-18 17:49:51

"국학에 '현대' 입혀…세계적인 콘텐츠로"
취임 100여일만에 '국학30비전 선포식' 통해 가치정립
미래지향적 기관위상 정립, 국학의 활용 방법 연구 책무

정종섭 원장
정종섭 원장

"국내 최대 기록유산을 소장·관리하는 기관의 위상을 확보해 나갈 것입니다. 세계기록유산 국제 허브 구축, 국학자료의 미래형 관리 시스템 확충, 한국 전통 생활문화 집대성 및 콘텐츠 개발도 소홀해서는 안됩니다"

지난 7월 15일 한국국학진흥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학 30비전 선포식'에서 정종섭 원장은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지역마다 유사 기관이 잇따라 설립되는 현실에서 설립 25년을 맞은 한국국학진흥원의 미래 지향적 위상 정립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그는 "AI 활용 고전국역 시스템 개발과 한글문화 보존 및 문화가치 창출, 기록유산 활용 한류 3.0 기반 조성, 국학자료 기반 온국민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시대 경북 문화원형 산업기반 창출 등 숱한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진흥원의 혁신 원동력을 마련할 것"이라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국학진흥원장으로 취임한지 100일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취임 100일 동안 한국국학진흥원의 역할과 위상, 미래 가치에 대해 정립하고 2025년 개원 30주년을 넘어 2030년을 대비하겠다는 포부를 지역사회에 밝힌 것.

'국학30비전 선포' 한달여 지나 매일신문이 만난 정종섭 원장은 "지난 25년 동안 이뤄 놓은 결과물들은 세계적으로 찾기어려운 놀라운 기적"이라며 "종가에서 멸실과 훼손되던 집단지성의 산물인 유교책판의 중요성을 판단하고, 일일이 수집·관리한 것은 우리나라 현대와 미래가치를 변화시킬 자산이 될 것"이라 했다.

그는 "그 결과 '유교책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한국의 편액'과 '만인의 청원, 만인소'를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록유산에 등재시켰다"며 "58만여점의 국내 최다 국학자료를 소장한 기관이라는 위상 정립을 통해 국학연구기관의 새로운 모델로도 자리매김 했다"고 덧 붙인다.

이에따라 정 원장은 '계승・전문・향유・상생・책임'의 핵심가치, 이와 연계한 5대 경영목표 수립 등 기관가치전략 재정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각오다. 한마디로 "새 시대를 열어가는 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관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포부다.

정종섭 원장
정종섭 원장

정종섭 원장은 "지난 25년간 구축해온 양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는 질적인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자료와 대상 범위의 양적 확대를 계속해 나가면서 동시에 진흥원의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하고 스마트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원전 2, 3천년 전의 문화와 철학자들의 저작에서 지식을 얻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학은 골동품, 낡은 것이 아니다. 국학은 우리 조상이 남겨 놓은 유산으로 엄청난 지식을 전해준다"고 한다.

이제는 국학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국학진흥원이 그 방법을 찾아 국학 활용에 도움을 주도록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연구뿐만 아니라 DB구축, 연수, 활용사업,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인공지능 탑재 등 다양한 방면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란다.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생활사 집대성' 연구사업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생활사 집대성 연구사업은 첫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학연구 분야와 영역을 다양화해 국학연구를 더욱 심도있게 연구한다는 생각이다.

성리학 연구에 집중됐던 진흥원의 연구사업을 민간과 지식·정보에서 벗어났던 계층들의 일상 생활로 확대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정체성과 가치관'을 찾아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국국학진흥원의 위상과 기관 법제화에도 본격 나선다. 국학진흥원협의체 공동으로 국회에 계류중인 '민간기록문화보존및활용에관한법률' 제정에 나선다.

이는 사업추진을 위한 안정적 예산확보와 기관 재정 자립화를 위한 기금조성, 석좌 및 방문연구위원 초빙 등 기관의 연구역량 강화에 필요한 사업이다.

정종섭 원장
정종섭 원장

정종섭 원장은 "어려서부터 한문과 서예를 배우면서 역사와 문화의 뿌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고전(古典)과 선조들의 지적 성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미래적 책무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대를 치열하고 진지하게 살아가며 남겨놓은 성과물을 제대로 재해석하면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한편, 정종섭(63)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은 경주에서 태어났다. 조선 16세기 후반 대학자였던 쌍봉 정극후의 14대 손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서울대 법대 학장과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을 지낸 법학자 출신이다. 제20대 국회의원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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