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50년 규제로 점철된 대구대공원 수용 마을의 눈물

입력 2021-11-19 06:00:00

1972년 그린벨트, 1993년 공원법, 2020년 민간특례법 적용…대구시의 일방적인 토지 수용 절차에 원주민 피해 호소

대구대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부지에 포함된 대구 수성구 삼덕동 못안마을에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구대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부지에 포함된 대구 수성구 삼덕동 못안마을에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구대공원 개발 이익금을 활용해 범안로(대구 수성구 범물동~동구 안심로) 통행료를 무료화하겠다는 게 권영진 대구시장의 2018년 재선 공약이었다고 하는데, 대구대공원 땅이 권 시장 것입니까. 아니면 대구 시유지인가요."

지난 13일 자 1면에 실린 매일신문의 '범안로 통행료' 관련 기사를 본 알고 지내는 사람이 "대구대공원 개발부지 대부분은 사유지"라며 전화로 따지듯 물었다. 그는 대구시와 대구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대구대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에 따른 원주민 피해를 보호하려고 만든 대구대공원권익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구대공원 특례사업은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일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아파트를 짓고, 개발 이익으로 달성공원 이전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범안로는 특례사업 부지인 삼덕동을 가로지르는 유료도로다.

대구대공원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대구시가 토지공개념에 따라 특례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구시는 10여 가구뿐인 원주민들의 권리를 깡그리 무시하고 법적인 조치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주 택지와 대토 등 합리적인 원주민 보상 대책은 아예 없고 감정평가사를 앞세워 법에 따른 토지 수용 절차만 밟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성구청이 민간 개발하려던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구시가 공공개발에 나섰는데, 특례사업부지에 개발과 관련 없는 임야가 너무 많이 포함되고 투기 등 불법 행위도 있지만, 시민은 관심 없고 지방 의회와 언론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대구대공원 특례사업부지에 포함된 삼덕동 못안마을은 마이너리티의 비애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1972년 그린벨트 지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0년간 정부와 지자체의 토지 정책에 따라 각종 규제를 받아왔다.

삼덕동은 덕천, 외환, 아리깍단, 대덕, 못안 등 5개 자연 마을로 나뉘어 있다. 1981년 7월 1일 대구직할시 승격으로 경상북도 경산군 고산면에서 대구시에 편입됐다. 당시 경산군에서는 대구에 가장 가까운 지역이었다.

삼덕동은 1972년 마을 전체가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각종 규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3년에는 대구대공원으로 지정돼 '그린벨트보다 더 악법'이라는 공원법으로 이중 규제를 받게 됐다. 당시 대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이 수성구 대덕산(해발 600m) 일대에 공원 조성을 권유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 시점에 대구시장이 동네를 답사하는 걸 봤다는 주민도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대 초반에는 못안마을을 제외한 덕천, 외환, 아리깍단, 대덕 등 4개 마을이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다. 못안마을은 대구대공원 조성부지로 끝까지 남은 것이다.

대구대공원 민간공원조성 기본구상안.
대구대공원 민간공원조성 기본구상안.

못안마을은 사유재산 침해를 완화하는 공원일몰법 시행(2020년 7월 1일)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공원일몰법 시행에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2017년 5월 대구대공원 개발 계획(대구도시공사 통한 공영개발 방식)을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발표한 것이다. 이에 앞서 수성구청은 민간 자본을 들여 대구대공원을 개발하려 했으나 대구시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대구시는 공공개발을 통해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달성공원 이전과 범안로 무료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지난해에는 대구시가 국토교통부를 통해 대구대공원 일부분의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했다. 3천 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짓는 특례사업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였다. 못안마을은 이번에도 그린벨트 해제부지에서 제외됐다. 대구시는 아파트 등 시설 예정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했다고 주장하지만, 원주민들은 보상을 적게 하려는 꼼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6월 30일 대구대공원 실시계획인가·고시로 못안마을은 이번에는 '민간공원조성 특례법'을 적용받게 됐다. 대구시는 특례법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토지 수용자들에게 현금 보상 외 대토, 이주택지 등 현물 보상을 외면하고 있다. 현금 보상은 평생 농사로 고향을 지킨 원주민들이 가장 꺼리는 보상 방안이다. 그린벨트를 대상으로 한 LH나 전국 지자체 도시공사의 공공개발에서 현물 보상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구대공원권익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을 받아 대구시에 현물 보상이 가능한 점을 알렸으나 대구시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못안마을 주민들은 올해 들어서는 토지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사 선정을 놓고 외지인 지주들과 대립하고 있다. 원주민들이 구성한 대구대공원권익위원회는 감정평가사 선정에 필요한 요건의 하나인 개발 면적(50% 이상) 부족으로 대덕산 부지(전체 개발 면적의 약 20% 차지)를 소유한 외지인 중심의 대구대공원대책위원회가 내세운 감정평가사에게 보상 평가를 받는 실정이다. 원주민들은 현재 대구지방법원에서 '감정평가업자 선정 처분 취소' 소송을 하고 있다.

못안마을은 대구 중심지 반월당까지 승용차나 대중교통으로 20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측면에서 '노른자위 땅'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토지 보존과 도시개발이란 이중잣대로 이곳을 50년에 걸쳐 각종 법으로 규제했고, 극소수 원주민들은 이로 인한 사유재산 침해를 겪고 있다. 적절한 보상과 이주 대책을 외치는 원주민들의 목소리는 대구대공원 조성을 바라는 다수 대구시민에겐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