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5만원 내려도 학생 안 와”…개강 앞둔 대학 원룸가 ‘울상’

입력 2021-02-22 18:24:04 수정 2021-02-25 22:27:19

대부분 학과 비대면 수업 진행 탓…인근 상권들도 침체, 공실률 증가

코로나19 여파로 신학기를 앞둔 대학가 원룸 임대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22일 대구 북구 복현동 경북대 인근 원룸촌의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코로나19 여파로 신학기를 앞둔 대학가 원룸 임대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22일 대구 북구 복현동 경북대 인근 원룸촌의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주변에 비해 월세도 저렴하고 수요도 많았던 경북대 인근 원룸이 이 정도로 심각한데, 다른 곳은 더 심각할 겁니다. 계약건수가 없어 20년 넘게 부동산 하신 분들도 중개업을 그만두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김모(50) 씨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지금 원룸 계약수는 코로나19가 생기기 이전의 30%도 채 되지 않는다"며 "원래 같으면 이맘 때는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바빠야 하는 시기인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원룸을 임대하는 박모(70) 씨는 "보통 2월 중순이 넘어가면 내가 임대하는 방 12개 중 9개는 계약이 됐는데 올해는 4개만 겨우 계약했다"며 "월세를 싸게 받는다 해도 올 것 같지 않아 큰일"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5단계로 하향됐지만 이번 학기에도 대학교 일부 계열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과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대구경북지역 대학 원룸가는 개강을 앞두고도 썰렁한 모습이다.

경북대 재학생 강모(22) 씨는 올해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강 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등록금도 내기 아까운데, 지난해에는 자취방 월세 35만원까지 꼬박꼬박 나가니 정말 아까웠다"며 "동아리·학회도 화상회의로 진행돼 학교에 재학 중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학교를 갈 일이 정말 없어졌다"고 했다.

영남대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신입생의 경우도 자취보다는 기숙사로 들어가거나, 본가에 있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며 "원래 월세 가격의 5~10만원가량 낮게 내놓아도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근처에 오래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다보니 학생들 간 '이어살기'(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계약)도 활발하다. 비대면 수업이 많아지면서 학교 근처에 오래 있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한 세입자와 이에 6개월·1년 이상 단위의 중·장기 월세 계약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가 맞물려 이 같은 방식이 선호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이와 관련된 글이 하루 평균 7개 올라온다.

상주인구·유동인구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대학 상권도 저물어가는 분위기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대 북문·계명대 인근 상권 공실률은 각각 16.2%, 25.6%로, 전년 대비 7.3%p, 1.2%p씩 늘어났다. 경북대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45) 씨는 "방학 때는 자취하는 학생들이 없어 장사가 안되고, 개강 때는 통학하는 학생들도 없으니 살다살다 이런 불황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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