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전치 3주' 폭행 당한 박철우, 이상열 인터뷰에 분노…무슨 일? [종합]

입력 2021-02-19 15:10:20 수정 2021-02-19 15:41:43

박철우 폭행 피해 당시 모습. 자료사진 연합뉴스
박철우 폭행 피해 당시 모습. 자료사진 연합뉴스

한국전력 소속 배구선수 박철우(36)가 최근 SNS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12년 전 자신을 때린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배구계 학교폭력과 관련해 발언한 것이 박철우의 폭행 피해 트라우마를 건드린 것이다.

박철우는 19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근 이상열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이 커서 이렇게 나서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상열 감독과 박철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이상열 감독은 17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프로배구계의 과거 학교 폭력 논란과 관련해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인과응보가 있더라"라며 "저는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한다.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로 재직 시절 대표 선수로 발탁된 박철우를 구타한 바 있다. 박철우의 폭로로 알려진 이 구타 사건으로 이상열 감독은 2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처분을 받았다.

이후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배구계에 복귀해 대학 지도자, 해설위원을 거쳐 지난해 말부터 KB손보 감독을 맡고 있다.

▶박철우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란 글을 남겼다. 박철우의 게시물은 이상열 감독을 겨냥한 것으로 보였다.

이어 박철우는 19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상열 감독님의 기사를 보고 종일 힘들었다"며 "KB손보의 감독이 됐을 때도 힘들었는데, 현장에서 마주칠 때도 힘든 상황에서 그런 기사를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열 감독이 대학 지도자 시절에도 선수에게 '박철우 때문에 넌 안 맞는 줄 알아'란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며 이상열 감독이 예전부터 '사랑의 매' 수준을 넘어서는 체벌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상열 감독님께 사과받고 싶은 생각은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며 "프로배구가 언론에 나쁘게 비치는 게 싫지만, (폭력 지도자 건을) 정면 돌파해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접한 이상열 감독은 19일 연합뉴스를 통해 "박철우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사과하고 싶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상열 감독은 자신의 인터뷰에 대해 "후배들에게 폭력 등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이라며 "용서가 안 되겠지만, 살면서 어떤 식으로든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노력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상열 폭행 사건, 전말은?

박철우는 2009년 9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17일 오후 6시쯤 태릉선수촌 체육관에서 대표팀 훈련이 끝난 뒤 모든 선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상열 코치로부터 구타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철우는 국가대표 남자배구팀 오른쪽 공격수였으며, 이상열 감독은 대표팀 코치였다.

박철우는 "병원에서 진단결과 뇌진탕과 안면부 타박상, 복부에 가격을 당해 경추보 염좌 등으로 인해 3주 진단을 받았다"며 진단서를 공개했다. 당시 왼쪽 얼굴이 심하게 긁힌 박철우는 복부의 구타 상처도 보여줬다.

이후 이상열 감독(당시 코치)는 20일 인터뷰에서 "일부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에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코치로서 몇 마디 훈계를 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박철우가 불만을 표시하면서 감정적으로 흥분하게 돼 일이 벌어졌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때린 것은 내 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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