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베드신 강요? 김기덕 과거 '미투'논란 뭐길래

입력 2020-12-11 21:44:39 수정 2022-07-25 16:47:40

김기덕 과거 미투…강제추행치상 혐의없음, 폭행혐의로 500만원 벌금
영화계 애도 이어져 "한국 영화계 큰 별 졌다"

영화 감독 김기덕이 11일(현지시간) 발트3국 가운데 하나인 라트비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고 타스 통신이 발트 지역 언론 델피(Delfi)를 인용해 보도했다. 김 감독은 11일 새벽 현지 병원에서 코로나19가 악화해 숨졌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9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황금사자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 감독의 모습. 연합뉴스
영화 감독 김기덕이 11일(현지시간) 발트3국 가운데 하나인 라트비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고 타스 통신이 발트 지역 언론 델피(Delfi)를 인용해 보도했다. 김 감독은 11일 새벽 현지 병원에서 코로나19가 악화해 숨졌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9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황금사자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 감독의 모습. 연합뉴스

11일 김기덕(60) 감독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계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동시에 김 감독의 과거 성추행 의혹과 미투 논란에 대한 관심도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10월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배우 A 씨와 관련 내용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 정은영)는 지난 10월 28일,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 A씨와 MBC를 상대로 낸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MBC 'PD수첩' 제작진은 지난 2018년 3월 '거장의 민낯' 편에서 배우들의 증언을 토대로 김기덕 감독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내용과 같은 해 8월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을 기획해 방송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3월 김기덕 감독은 A 씨와 MBC가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김 감독은 지난 2017년 8월 여배우 A씨에게 폭행, 강요 혐의로 고소당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영화 '뫼비우스'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A씨는 연기 지도라는 명목으로 뺨을 맞는 폭행을 당하고 협의하지 않은 베드신을 강요 당해 결국 영화 출연을 포기하고 하차했다. 당시 김 감독 측은 연기 지도였지 고의적 폭행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베드신 연출 관련해서도 당시 시시비비가 오갔는데 김 감독 측은 베드신 중 특정 연출(남성 배우 성기를 잡는)은 시나리오 상 있던 장면이며 강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씨 측과 영화노조 측 주장은 시나리오에 해당 장면이 있던 건 사실이나 사전에 모형 성기를 잡고 촬영한다고 알고 있었으나 촬영장에서 실제 남성의 성기를 잡고 촬영하라는 강요를 받고 촬영을 했다는 주장이 엇갈려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그해 12월 김 감독의 폭력 건에 대해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김 감독은 모욕 부분은 6개월이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명예훼손과 베드신 강요에 대한 강제추행치상에서는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2018년 1월 김 감독에 대해 폭행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그는 2018년 미투 운동에 지목되기도 했다. 감독의 직위를 부당하게 남용해 여배우와 스태프를 성적으로 희롱, 추행하고 성폭행까지 했다는 추문이 이어졌다. 그는 당시 의혹과 혐의를 털어내지 않은 채 홍콩으로 출국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MBC는 당시 A씨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을 보도한 것. 김기덕 감독은 자신을 미투 가해자로 지목한 A 씨와 MBC에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검찰은 허위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기덕 감독. 네이버 필름 캡쳐
김기덕 감독. 네이버 필름 캡쳐

해당 논란이 고인에게는 씻을 수 없는 명예 실추지만 영화계에서의 김 감독의 입지는 독보적이었다. 정통 영화 교육을 받지 않고도 홀로서기를 한 그가 내놓는 작품은 과감한 연출과 파격적인 설정으로 매번 한국 영화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큰 사랑을 받았다. 거장급 영화감독으로 인정받는 그는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인 은곰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에 '빈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2011년 칸국제영화제에서는 '아리랑'으로 주목할만한시선상을, 201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피에타'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이다.

한편, 이날 김 감독의 비보가 전해지자 그와 작품 활동을 오래 해온 김순모 프로듀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김기덕 감독) 가족분에게 확인한 결과 외신 소식이 맞다고 한다"며 "가족들도 오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의 현지 통역을 담당하던 사람이 김 감독 가족들에게 비보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8. 3. 6. < 성추문 김기덕 감독 영화 '나쁜남자''뫼비우스'재조명 '충격적인 내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5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 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