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유사 현자(賢者), 찐 현자(賢者)

입력 2020-12-07 11:16:36 수정 2020-12-08 23:48:11

코로나 블루에서 희망의 블루로
한철승 글로브포인트 이사

한철승 글로브포인트 이사
한철승 글로브포인트 이사

주말에 시내를 다니는데 거리는 한산하고 날씨도 겨울 초입답게 쌀쌀하다. 실제 기온보다 심리적 온도가 더 낮을 이유일 게다. 3차 유행이라고 할 만큼 코로나19 확진자의 숫자가 줄지 않고 있다. 올해 안에 끝나겠지 하는 희망마저 사라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피로감에 대한 하소연이 들린다.

"올 한 해는 아무것도 한 일도, 할 수도 없었던 한 해다."

"집에만 있었더니 우울한 데다 살 만 쪘어요."

"안 그래도 어려운 시절인데 시험도 취업도 엉망이에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학생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다. 공간과 연령을 초월하는 거대한 파장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에 대한 불안과 무거운 사회 분위기 때문에 겪는 우울감 또는 불안감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 8월에 설문에서는 40% 이상이 코로나로 의한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이 제일 크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감도 적지 않다. 가벼운 운동이나 집에서의 취미생활, SNS를 통한 소통 등의 나름의 해결책이 있지만 장기화되는 시점에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수도권은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고 이외의 지역은 2단계로 설정했다. 서울은, 심지어 9시 이후에는 상점의 문을 닫는 강수를 두고 있다. 백신에 대한 소식도 나오고 있지만 단시간에 보급되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니 언제일지 모르는 '그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방역에 대한 개개인의 행동과 함께 정신적인 무장이 절실하다. 비난하고 불평할 대상에게 감정을 쏟아 내고 싶겠지만 잠시 속 시원한 것 말고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현실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역사의 변곡점이다. 그리고 격변의 시대에 발생하는 결과는 다양한 분야의 양극화 현상이다. 우리 기억에 생생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는 당시의 위기 속에서 기회를 삼은 사람들에게는 도약대 역할을 했다.

역사를 보면 뒤늦은 현자들이 많다. 진짜 현자는 결과를 만든 사람이다. 온갖 소음과 공포 속에서 냉철하게 시대를 꿰뚫는 혜안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진정한 현자다. '만약에'로 시작하는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며 잰 체하는 그런 유사 현자가 될 것인지 '찐' 현자가 될 것인지는 바로 지금 각자의 손에 달렸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라고 했던 티베트의 속담처럼 지금은 걱정하고 우울해할 때가 아니라 10년 후 내가 지금의 나에게 건네는 충고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다시금 '그때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의 삶을 살지 않으려면 말이다.

바로 지금이다.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내일을 준비하자.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듯 우울한 이 시간도 지나고 꽃은 피어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