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동족방뇨(凍足放尿)

입력 2020-12-05 06:30:00

'동족'은 언 발이고, '방뇨'는 오줌을 누다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뜻으로 홍만종(洪萬宗1643~1725)의 《순오지旬五志》에 동족방뇨언인고식지계(凍足放尿言人姑息之計)로 적고 있다. '고식지계'는 아녀자나 어린아이처럼 당장 편한 것만 찾는 미봉책(彌縫策)을 말한다.

《순오지》는 한 달을 셋으로 나눈 열흘의 일순(一旬)과 오(五)일을 더해 보름만에 서해(西海)에서 쓴 책이다. 만종의 호는 현묵자(玄默子), 자는 우해(宇海)로 1675년 진사에 합격하고 통정대부가 되었다. 벼슬을 그만두고 역사·지리·설화·시 등의 학문에 뜻을 두고 저술에 힘썼다.

조선시대의 문인들은 예리하고 번득이는 비평의식과 풍윤한 화제들을 남겼는데 《순오지》에 비견된다. 현묵자는 인생을 관조하여 유·불·선을 탐독 해박한 논설과 유려한 문장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재치와 기교까지 곁들여 재미를 더한다. 병환 중인데 보름 만에 이 책을 썼다는데 놀랍다. 아마 등불을 밝히고 앉아 구전되어 내려오는 속담까지 수록하다 육신의 고통을 잊고 마음의 즐거움을 얻어 건강까지 회복된 것이 아닐까!

'고려(高麗)'라는 이름이 산이 높고 물이 맑으며 곱다는 의미에서 고려라고 했으며, '조선(朝鮮)'은 옛사람들의 지역이 양곡(暘谷)에 가깝기 때문에 아침 조(朝)자를 쓰고, 해가 돋으면 제일 먼저 밝게 비친다고 하여 고을 선(鮮)자를 써 조선이라고 했다.

'동족방뇨'는 혹한에 떨다 원체 발이시려 따끈한 오줌을 누어 녹이면 임시는 좋으나 금방 더 심하게 시려온다. 그래서 언발에 오줌 누기는 '호랑이보고 무서워 창구멍 막기'나 '귀 막고 방울 훔치기'식으로 순간 모면 밖에 안 된다. '고식지계'의 뜻은 제 설자리만 찾지 말고 다음사람의 생각도 하라는 당부다. 임시방편이나 미봉책도 통할 때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일 뿐이다.

《순오지》에서 왕이 '금과 은이 보배로운 것이 아니라 어진 신하가 보배롭다'고 하자 선비가 '해와 달이 밝은 것이 아니라 착하신 폐하가 밝습니다'라고 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서로 등을 기댄다. 석주 권필은 '나는 글과 칼을 배웠으나 두 가지 다 성공을 못하고 문도 아니요 무도 아닌 미치광이가 되었다. 그러나 훗날 날 물으면 주막집 아이들도 내 이름을 외우리라' 했다. 석주는 갈대구멍으로 하늘을 보고 남도 그렇게만 보는 줄 아는 소아다. 백향산은 '누에는 늙어서 고치를 만들지만 제 몸을 가리지 못하고, 벌은 부지런히 꿀을 모으지만 남에게 먹이네. 나이 먹어서도 늘 집 걱정만 하는 늙은이 누에와 벌의 헛수고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누에와 벌과 늙은이야 말로 기댈데 없는 미봉책이다.

옛 선인은 '세치밖에 안 되는 혀을 믿지 말고, 혀 위에 있는 저 칼날이 사람을 죽이고도 피도 보이지 않는다' 해서 지혜는 가슴에서 자라고 열매는 혀에서 맺는다고 했다. 벼슬을 구함이 이름을 구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곧 자기를 가두고 묶는 이념의 울타리다. 어두운 곳에서 화살을 겨누고, 남의 허물을 찾기 위해 풀을 뽑지 말라. 거울이 먼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거울에 비친다. 고인 물에 돌을 던지면 그 속의 개구리는 생사가 갈리겠지만, 그 자체가 그물이요 임시방편이고 '동족방뇨'다.

(사)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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