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문 정부의 두 걱정

입력 2020-11-28 05:00:00 수정 2020-11-30 11:14:28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두 가지가 걱정입니다. 하나는 나라이고, 하나는 일자리입니다."

정치권 인사와 접촉이 잦은 대구경북의 기관장이 전한 여당 쪽 정치인이 털어놓은 속 깊은 고민거리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빚어진 여러 실정(失政)에 비춰 2022년 대선이든,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든 이겨도 걱정이고, 지면 더욱 걱정이라는 여권 분위기를 꼭 집어 말한 이야기였다.

이기면 나라를 미처 '다스릴 준비도 되지 않은 인물'이 지금처럼 설칠 터이니 나라의 꼴이 걱정이고, 지면 여당 쪽 사람 일자리가 사라지니 호구, 즉 입에 풀칠할 생계가 걱정이란 뜻이었다. 이런 말을 꺼낸 여당 정치인의 용기는 살 만하다. 현 정권을 비판하면 떼 지어 공격하는 서슬 퍼런 '진보 독재' 같은 살벌한 분위기에서 솔직한 속내를 대구경북 기관장에게까지 용기 있게 고백을 했으니 말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친 언행을 보면 미처 다스릴 준비도 되지 않은 인물이 문 정부에는 한둘이 아닌 게 분명하다. 감사원도 놀란 월성원전 조기 폐쇄를 위한 정부의 444건 서류 파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권력층 비리와 의혹을 파헤치는 윤 총장이 밉겠지만 나라는 그래야 돌아감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문 정부의 출범 성공 사례에서 보지 않았던가.

오죽했으면 법조 출신인 여당의 조응천 국회의원조차 지난 6월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등의 거친 언사를 비판했겠는가. 이어 조 의원이 지난 25일 윤 총장 직무 배제에 대해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몹시 거친 언사와 초유의 수사지휘권, 감찰권, 인사권을 행사했다"며 "급기야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며 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이들 목소리처럼 문 정부에는 다스릴 준비가 되지 않은 인물도 여럿 있지만 지금처럼 여당은 뭉치고 야당은 분열이니, 그들 말처럼 앞으로 20년 정도는 두 가지 걱정은 않아도 될 듯하다. 잘 뭉치는 그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뭉치면 산다는 말,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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