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선생님! 독감 백신 맞아도 되나요?"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해서, 영유아기에 집중적으로, 성년이 되어서도 매년 독감까지 우리는 백신 덕분에 많은 질병에서 해방되었지만 인류가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한 지는 불과 200년 조금 넘었을 뿐이다.
역사 상 콜레라, 페스트, 말라리아 등 수많은 치명적 병에 인류는 목숨을 잃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천연두다. 천연두는 전염력과 치사율이 아주 높고 운 좋게 살아남아도 평생 마마자국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무서운 병이다. 수백 명에 불과한 스페인 군대가 수십만의 아즈텍 제국과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것도 우수한 무기보다는 신대륙에 옮겨간 천연두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 무서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소젖 짜는 여인들이었다. 소천연두(우두·牛痘)를 가볍게 앓은 사람은 사람천연두에 노출되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려졌지만, 이를 놓치지 않고 치료에 응용한 사람은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였다. 제너는 자신의 관찰을 모아서 1796년, 드디어 우두 고름을 8살 소년 제임스 핍스(James Phipps) 팔에 접종하고, 6주 후 진짜 천연두 고름을 소년에게 다시 접종하였고 소년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 또한 제너는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로부터 백신(vaccine)라는 용어도 만들었다. 지금이야 백신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당시는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의사들과 학계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사람 상대로 실험한다"며 비판하였지만 제너는 굴하지 않고 종두법을 계속 연구하여 학회에 보고하고, 마침내 전 세계에 보급하여 천연두 퇴치의 길을 열었으며, 급기야 1979년 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박멸되었음을 선포하였다. 인류가 극복한 최초이자 유일한 감염병이다.
죽이거나 약하게 만든 치명적 병원체를 몸에 투여하면 우리 몸은 그 병원체에 대항하는 능력을 갖게 되고 나중에 진짜 병원체가 들어오더라도 이길 능력, 즉 면역력을 갖게 된다는 백신의 원리를 알았으니 그 다음은 일사천리! 인류는 B형 간염, 소아마비, 홍역, 황열, 장티푸스, 콜레라 등 세균과 바이러스 가리지 않고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던 각종 감염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아직 일 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제너 이후 축적된 과학기술 덕분에 코로나 백신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들이 연일 들려온다. 코로나19 또한 인류가 극복한 또 하나의 전염병으로 기록될 날이 멀지 않다.
독감 백신에 대한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한다.
"죽기 전 밥 먹었다고 밥이 사망 원인이 아니듯, 독감 백신 접종 후 죽었다고 백신이 사망 원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도 무섭지만 독감도 만만찮습니다. 독감 백신 꼭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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