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도시의 꿈, 과거와 미래를 품다

입력 2020-11-19 11:53:30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지금 지구는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구몸살의 증상이다. 인구 밀집도시, 짓고 또 지어도 부족한 주택 문제, 혼잡한 교통과 매연, 매일 매일 쌓이는 생활쓰레기는 도시국가의 숙제다. 코로나로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도시 집중화는 도시의 역사가 짧을수록 도시개발 과정에서 다툼도 많다. 이 복잡한 도시의 미래, 희망을 향해 꿈을 꿀 수 있는 '도시의 꿈'은 무엇일까.

도시는 과거와 미래를 품은 삶의 기억이자 터전이다. 그렇기에 인류는 코로나가 던진 질문에 미래를 위한 답을 내놓아야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인류, 도시(민)는 무엇을 위해 어떤 꿈을 품고 살아 갈 수 있을 것인가. 코로나가 던진 질문에 인류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는지에 따라 도시의 꿈이 현실로 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도시는 보존해야 할 것과 변화해야할 것에 대한 현명한 판단으로 과거와 미래를 품은 현재라는 시‧공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해외나 자유여행이 제한된 지금의 현실, 문화 예술의 도시인 파리, 그리고 뉴욕의 경우 코로나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문화적 차이를 본다. 특히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이해는 다양한 시각차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과 현대를 품은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를 생각하면 내게는 가장 먼저 프랑스 파리를 떠올리게 된다. 에펠탑, 미술관, 몽마르트, 샹젤리제 거리와 카페, 그리고 파리의 센 강 등등. 유네스코는 파리 센 강 주변을 문화유산으로 지정(1991년)했다.

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는 세월의 흔적들이 녹아든 전통과 전위적일 만큼 앞서가는 유행이 어우러진 곳일 뿐 아니라,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양미술의 궤적을 연구하고 전시할 수 있을 만큼의 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파리는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건축에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전통에 대한 애착을 가진 도시다. 동시에 현대미술을 꽃피운 곳이기도 하다.

파리는 19세기 들어 센 강 주변 정비정책을 시행했다. 파리의 동맥인 센 강 정비 사업에서 35개의 교각 가운데, 20여 개가 19세기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어느 곳이나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었듯이 파리 역시 센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다. 시테 섬을 중심으로 센 강 주변에는 파리를 상징하는 많은 미술관과 오랜 된 성당이 있다. 유네스코가 센 강변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파리가 다만 한 국가의 수도만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상호작용하는 인류의 정신문화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충돌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충돌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가야하는지 특정 개인을 넘어선 개인, 특정집단을 넘어선 집단을 향할 때, 도시의 꿈이 과거와 미래를 품고 '앞선 오늘'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이나 퐁피두도 건설 당시 많은 비판과 충돌 속에서 지금은 파리의 상징적 이미지가 되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위해 결정하는가에 따라 도시의 운명이 달라진다. 포스트코로나에 과거와 미래를 품은 현재를 사는 길, 바로 도시의 꿈을 이루는 길이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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