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공항, 그럼 밀양인가

입력 2020-11-18 17:00:26 수정 2020-11-18 23:06:14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민항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민항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호준 사회부장
이호준 사회부장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타당성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근본적인 검토 필요. 김해신공항안은 안전, 시설 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검증위는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는 발표만 했을 뿐 김해신공항 백지화나 가덕도 등 제3의 공항 건설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해신공항 백지화 선언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집권 여당이 부산에 선물을 안겨 표심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번 검증 결과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수순을 밟기 위한 정부의 꼼수나 계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어줄 생각이었으면 집권 말기가 아닌 현 정부가 더 힘이 있었을 때 진작에 시도됐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정부의 검증 결과 발표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덕도 특별법,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추진 등이 잇따르는 걸 보면 역시 선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다음 주에 발의하고 연내 통과를 목표로 속도를 내기로 하는 한편 예타 면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혹시라도 정부와 여당이 이를 선거에 활용할 계획이라면 애당초 그만두라고 권하고 싶다. 대구경북 지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신공항을 미끼로 부산 시민들을 더 이상 속여선 안 된다. 양치기 소년이 돼 배신감과 반감만 살 수도 있다. 지금까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벌써 세 번이나 김해신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을 우려먹었다. 물론 세 번 다 선거 후엔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실상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가 나왔다. 다음은 대선인가.

정부와 정치권이 지역 간, 국민 간 화합은 못 시킬지언정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도, 악용해서도 안 된다. 애석하게도 이미 앞선 세 번의 선거에서 대구·경북·부산·경남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제 더는 안 된다. 선거에서 이기는 건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기만하고 분열을 일으키면서까지는 아니다.

이번 발표가 김해신공항 백지화, 다른 입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도식으로 이어진다 해도 밀양이지 가덕도는 아니다. 기초 자치단체의 공사 입찰도 낙찰 업체의 결격 사유가 드러나 취소될 경우 차순위 업체에 넘어가는데 국가 백년대계인 신공항을 짓는 대규모 국책사업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1순위가 뒤늦게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꼴찌가 그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없다. 투표를 해도 꼴찌는 2차 투표, 결선투표에 올라가지도 못한다. 지난 2016년 공항입지 평가에서 밀양이 2위, 가덕도는 3위를 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이 부적정하다면 동남권 신공항은 다음 순위인 밀양으로 가는 게 맞다. 설사 백번 이해해 이 순위조차 무시된다 하더라도 동남권 신공항 입지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상식이다. 속된 말로 깽판이면 첨부터 다시다. 영남 지역 5개 시도민의 의사를 묻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관련 지자체의 새로운 합의, 전문기관의 입지 선정 용역 등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김해공항 확장안을 보완해 계획대로 추진할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지, 밀양으로 갈지, 가덕도로 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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