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구산업선 유치경쟁, 우선은 힘 뺄 때

입력 2020-11-18 06:30:00

달서구, 달성군 역사 신설 주장하지만 현실성 떨어져
지금은 사업 확정에 집중해야

대구산업선(서대구고속철역~국가산업단지)과 대구권 광역철도(구미역~경산역)의 신규 역사 입지를 두고 대구시와 주민들 간의 공방이 거세다. 20일 서대구고속철역사 주변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산업선(서대구고속철역~국가산업단지)과 대구권 광역철도(구미역~경산역)의 신규 역사 입지를 두고 대구시와 주민들 간의 공방이 거세다. 20일 서대구고속철역사 주변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달서구청은 요즘 가칭 대구산업선 성서공단호림역(이하 호림역)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구청 차원에서 호림역 신설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지역 주민 단체와 함께 캠페인까지 벌이면서 여론전에도 뛰어들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외부인과 식사 자리가 있으면 손님 수만큼 호림역사 유치 자료를 인쇄해 들고 다닐 정도다.

적극적인 달서구 행보에는 대구산업선 역사 유치에 달성군까지 뛰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치열한 대구시 신청사 유치 경쟁을 벌였던 달서구와 달성군이 또다시 맞붙는 모양새다. 달성군은 호림역 위치와 멀지 않은 곳에 서재·세천역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두 역사 위치가 워낙 가까워 동시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유치 경쟁을 벌이는 두 기초자치단체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다.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호림역과 서재·세천역 모두 이미 역사 부지로 예정된 계명대역과의 거리가 각각 1.9㎞, 2.3㎞에 불과해 열차 속도·수요를 감안한 최소 역 간 거리 7㎞에 한참 못 미친다. 호림역이 들어서더라도 역사 규모 등 문제로 대구산업선 목적인 화물 수송은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현재 달서구가 유치전에 뛰어든 교통 현안은 호림역뿐만이 아니다. 대구시가 도시철도 4호선의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트램도 달서구와 서구를 지날 것이 유력해 두 지역 간 물밑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달서구에서는 구의회를 중심으로 달서구와 서구를 순환하는 노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서구는 대구 도심과 연결되는 형태의 노선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남구도 도시철도 1호선 안지랑역 인근까지 노선을 연장할 것을 대구시에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달서구 정치권 일각에서는 구청 관심이 아쉽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구청이 호림역에 사활을 거는 것에 비하면 트램 유치전에서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 신청사를 유치해 뒀으니 신청사 인근을 지나게 될 트램은 '잡은 물고기'로 보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한 달서구의원은 "구의회 차원에서 지역 국회의원을 초청해 집행부와 함께 트램 유치 관련 간담회를 여는 것도 검토했지만 일정이 안 맞아 무산된 이후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모여 호림역사 설치 촉구 간담회가 열린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역 전문가들은 유치전이 과열될 경우 전액 국비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이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고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9월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산업선 사업비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당시 1조3천105억원에서 현재 14.4% 증가한 1조5천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사업비가 15% 이상 늘어날 경우 정부가 사업 적정성 검토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새 역사 추가가 쉽지 않다.

지금은 그동안 선택과 집중에 나섰던 달서구가 잠시 힘을 빼고 다른 현안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지금처럼 유치 경쟁이 이어진다면, 만에 하나 대구산업선이 예정대로 추진되지 못할 경우 비난의 화살이 역사 신설을 주장한 달서구나 달성군으로 향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역사 유치 경쟁은 우선 사업이 확정된 뒤 시작해도 늦지 않다. 다른 현안도 충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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