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 탈원전 ‘관제’ 집회 요구 의혹, 진상 밝혀야

입력 2020-11-17 05:00:00

천지원전 예정지였던 경북 영덕군 석리 일대 모습.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
천지원전 예정지였던 경북 영덕군 석리 일대 모습.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

경북 영덕군 주민들로 구성된 '천지원전생존권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5일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정책 담당자가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원전이 들어설 지역의 '전원개발예정구역 고시 해제'를 요구하는 집회 개최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주민들에게 옛 독재 정부에서나 가능했을 법한 구시대적 유물인 '관제 시위'에 나서도록 사주한 것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의 영덕 지역 원전 건설 정책은 지난 2008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4기 이상의 원전을 지을 계획 아래 2009년 결정됐다. 이어 2012년 9월 영덕읍 석리 등지의 324만㎡ 토지가 천지원전의 '전원개발예정부지'로 지정됐다. 그러나 주민 찬반 의견이 갈려 우여곡절을 겪다 2016년에야 토지 보상 절차를 시작했다. 한수원은 이후 전체 부지의 18.95%인 291필지 61만5천㎡에 이르는 부지를 430억원으로 우선 사들이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고, 주민들의 피해와 재앙은 시작됐다. 주민들은 '고시 해제 및 보상'과 '원전 건립 약속 이행' 요구의 찬반으로 갈라졌다. 찬반 모두 그동안 입은 피해 등의 대책을 촉구했다. 그동안 증·개축 및 매매 금지 등으로 재산권 침해와 피해는 엄청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 입맛에 맞는 '전원개발예정구역 고시 해제'를 바라는 집회 개최를 제안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물론 산업부에서는 대책위 주장을 부인하지만 아무래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특히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에 맞춰 정부가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위해 의도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낮게 한 꼼수도 모자라 무려 444건이나 되는 문서조차 없앤 일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책위 주민들 주장의 진상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주민들이 입은 막대한 피해의 조속한 해결에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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