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나란히 대구FC 5위, 삼성 라이온즈 8위
프로 스포츠 팬심도 야구에서 축구로 이동 중
대구시를 연고지로 둔 프로구단 대구FC와 삼성 라이온즈의 처지가 최근 수년간 완전히 뒤바뀌었다.
2020 시즌 대구FC와 삼성 라이온즈가 받은 성적표는 5위와 8위다. 공교롭게도 두 구단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같은 성적을 냈다.
12개 구단이 경쟁하는 프로축구 최고 무대 K리그1을 고려하면 대구FC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상위권 팀으로 불릴 만하다.
10개 구단이 참가하는 프로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이제 하위권 구단으로 여겨진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전용구장을 옮긴 최근 5년 성적은 9-9-6-8-8위로 하위권임을 증명한다.
성적이 좌우하는 국내 프로 스포츠 특성상 경기장 환경과 팬들의 반응도 확 달라졌다.
2003년 시민축구단으로 프로축구 무대에 뛰어든 대구FC. 잠깐씩 중위권으로 반등할 때도 있었지만 10년 이상 기업구단의 제물이 됐다. 말이 시민구단이지 꼴찌를 오가는 하위권 성적에 지역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위해 지은 7만 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구스타디움은 너무 커 프로축구의 묘미를 팬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수백 명이 현장 관람하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지난해 개장한 축구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는 대구FC 이미지를 확 바꾸어놓았다. 빼어난 관람 환경에다 연고 구단의 성적까지 뒷받침하면서 DGB대구은행파크는 만원 관중 행진을 펼치며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삼성 팬들은 예전의 동네북 신세이던 대구FC를 보는 듯한 처지로 전락했다. 삼성은 올 시즌 홈구장 라이온즈파크에서 33승 2무 37패를 기록, 지는 경기를 더 많이 했다.
대구FC와 삼성의 뒤바뀐 처지는 어쩌면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운명적이었을까.
태생적으로 기업구단 삼성과 시민구단 대구FC는 지원 등 구단 운영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삼성그룹을 바탕으로 한 삼성은 '돈성'이란 비난을 들을 정도로 우수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지만, 대구FC는 괜찮게 만든 선수는 운영비 마련을 위해 팔아치우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삼성은 그룹의 계열사에서 계열사의 자회사로 바뀌는 등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는 거리를 두게 됐고 자생력 키우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구FC는 시민 성원 속에 스타디움 네이밍 등으로 마케팅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용구장 위치가 뒤바뀐 점도 재미있다. 삼성은 북구 고성동 시민운동장에서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인근으로 옮겼고, 대구FC는 거꾸로 대구스타디움에서 시민운동장으로 옮겨갔다. 삼성이 애초 전용구장을 짓기로 한 대구스타디움과 대구육상진흥센터 사이가 명당으로 소문났는데 다른 곳으로 가면서 운명이 바뀌었다는 얘기조차 설득력있게 들리는 건 삼성이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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