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서울·부산시장 공천, 문 대통령이 해명해야

입력 2020-11-04 05:00:00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손바닥 뒤집기' 몰염치 공천 규탄 긴급기자간담회에서 2015년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 때나 대통령 후보일 때 가장 큰 강점은 선한 인상과 깨끗한 이미지였다. 달리 말하면 도덕적 무결점주의자로 보였다.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는 그랬다.

그 덕분에 그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되 그건 분명 지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등한시하다가 말로가 참담했던 전임자와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출발은 산뜻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분 단위로 공개됐고, 국민들은 80%가 넘는 지지로 화답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도 포용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진영을 갈랐고, 국정 파트너인 야당조차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수시로 소통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취임 이후 오늘까지 기자회견은 단 6회. '불통'으로 낙인된 박근혜 대통령도 7회였다. 집권 5년간 김대중 대통령은 20회, 노무현 대통령은 45회나 됐다. 외부 인사와의 식사마저 한 주에 1, 2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올 국감장에서도 어김없이 나왔다.

백번 양보해서 이런 건 봐줄 수 있다고 치자. 서울·부산시장 공천 대목에선 대통령의 마지막 선한 이미지마저 지우게 하고 있다.

우리는 내년에 사상 초유의 서울‧부산시장 동시 보궐선거를 치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 2명이 부하 여직원 성추문으로 낙마하거나 불상사를 당해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별시와 광역시의 수장이 비슷한 시기에 다른 이유도 아닌 성 관련 부적절 행위로 인해 낙마하고 불상사를 당한 건 세계적인 수치였다.

이런 상황이면 그 단체장이 속했던 정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게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선거법 위반이나 다른 비위로 인한 재·보궐선거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후보를 내겠다며 이틀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해 당헌 당규까지 개정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당 대표 시절 정치 개혁을 위해 '민주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만들었다. 경남 고성군수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가 치러질 즈음이었다.

'부패하고 타락해 선거법을 위반하면서 당선된 정당'과 달리 민주당은 깨끗하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심지어 일각에서 반발하자 당 대표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관철시켰다. 이런 점이 평범한 정치인이었던 문재인을 대통령의 자리로까지 이끌게 했다. 적어도 문재인은 다를 것이고, 그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집권당이 불과 5년 전 현 대통령이 대표 때 만든 당헌을 청와대 의사와는 무관(?)하게 폐기해버리고 내년 보궐선거에 집착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의 장기 집권을 위해서라면 대국민 약속쯤은 내팽개쳐도 문제없다는 인식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은 당원 투표 과정도 왜곡하고 있다. 당원들에게 뜻을 묻겠다고 해놓고 응답률이 저조(26%)하자 단순 의견수렴 과정이었다고 둘러댔다. 당원들조차 명분 없다는 판단을 했는데도 말이다.

오죽하면 정의당까지 나서서 "책임정치를 스스로 폐기처분하더니, 절차적 정당성마저 폐기했다"고 비판했겠는가.

민주당과 대통령이 정작 후보를 내야겠다고 고집한다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주장처럼 800억원이 넘는 서울·부산시장 선거비용을 민주당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국민 앞에 민주당의 행위에 대해 정중하게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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