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문재인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입력 2020-10-27 05:00:00 수정 2020-10-27 06:11:55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어제는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逝去)한 날이다. 박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제왕적 권력을 가진 한국 대통령들의 불행(不幸)한 운명(運命)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대다수가 대통령 권력에 따라붙은 재앙(災殃)을 피해 가지 못했다. 절대 권력의 칼날이 그 주인(主人)을 찔렀다.

임기가 1년 반가량 남은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통령 권력이 가진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예외(例外)가 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잊히고 싶다고 했지만 대통령이란 절대 권력을 휘두른 대가(代價)를 치러야 한다. 재임 중 한 일들이 문 대통령을 따라다닐 것이고, 문 대통령에게 적의(敵意)를 품은 이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재임 중 과(過)보다 공(功)이 많기라도 하면 퇴임 후 안전판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문 대통령은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실패한 대통령들의 전철(前轍)을 그대로 밟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등 경제 정책은 '폭망'했다. 목을 맨 대북 정책은 세계 최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참혹한 죽음으로 돌아왔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정권 애완견으로 만드는 데 그쳤고, 옵티머스·라임 등 권력형 비리 의혹들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정(失政)과 부패(腐敗)가 도를 넘었다. 조국·윤미향·추미애로 대변되는 '문재인 시절'은 실패로 귀결(歸結)될 게 확실하다.

문 대통령의 실패는 본인과 그 수하(手下)들에게 직접 책임이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을 뽑은 국민의 책임도 크다.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질(資質)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대통령 권력을 맡긴 것은 국민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자 폭탄 등은)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는 문 대통령 발언이 내포(內包)한 의미와 위험을 국민은 간과(看過)했다. 진영 논리, 편 가르기 막이 올랐는데도 국민은 알아채지 못했다. '노무현의 정치적 계승자'라는 외양(外樣)과 촛불에서 촉발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분위기에 휩쓸려 표를 몰아줬다. 문 대통령의 실패와 국가 혼란, 그로 인한 국민 고통은 국민이 감내해야 할 업보(業報)다.

혹자(或者)는 '싸움의 정치' 양산(量産), 대통령들의 비운을 이유로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원내각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 다수가 내각제를 불신하고 대통령제를 지지하고 있어 쉽지 않은 일이다.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국민성에도 승자독식(勝者獨食)의 대통령제가 더 맞다. 대통령제는 유지될 것이고, 결국 대통령을 잘 뽑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음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은 수없이 많겠지만 세 가지를 꼽고 싶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 포퓰리즘(populism)을 물리칠 수 있는 용기(勇氣), 지지 진영의 포로가 되지 않고 국민 모두의 리더(leader)가 될 수 있는 능력(能力)이다. 이 세 가지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우리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세 가지 자질을 갖춘 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여권 후보 중엔 이른바 '대깨문'을 붙잡으려 머리를 조아리고, 포퓰리즘에 경도(傾倒)되고, 독재자(獨裁者) 기질까지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인사들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이 '문재인 시절'을 그리워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질 우려가 농후하다.

국민 수준에 맞는 국가 지도자를 갖는 것은 동서고금의 철칙(鐵則)이다.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은 어떤 대통령을 갖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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