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0만명…해마다 환자 늘어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만성콩팥병 환자도 크게 늘고 있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만성콩팥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7년 기준으로 20만4천명 가량이며 해마다 8.7% 증가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증상이 없거나 진료를 받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면 성인 9명당 1명 꼴로 질환자를 추정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피로감을 잘 느끼고 전신 가려움증, 손발이 붓고 혈압이 상승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자각이 모호해 콩팥 기능이 대부분 없어지는 말기 직전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만성콩팥병, 왜 문제되나?
우리 몸에서 콩팥이 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콩팥은 미세한 혈관으로 이뤄져 있는데 하루에 약 180리터의 혈액을 걸러주는 '정수기' 역할을 한다. 체내 대사과정의 노폐물은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설시킨다. 우리 몸의 체액과 전해질, 산성도 등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콩팥의 역할이고, 호르몬을 만들고 활성화시켜 적혈구와 비타민D 생성에도 관여한다.
콩팥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노폐물이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 안에 축적돼 두통부터 현기증, 혼수상태까지 유발하는 요독증이 생긴다. 부종은 몸 속 체액조절이 잘 안 돼 몸이 붓는 상태고, 빈혈은 혈액을 만드는 조혈호르몬이 잘 생성되지 않아 나타난다. 골다공증은 비타민D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뼈가 약해지면서 생긴다. 콩팥은 혈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혈압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 '만성신부전'은 콩팥 기능이 회복이 되지 않는 상태, 혹은 투석이 필요한 상태로 흔히 지칭 되었다. 요즘은 콩팥 기능 이상이 생기기 전이라도 3개월 이상 콩팥 이상 소견이 지속되고 점차 콩팥 기능이 감소하는 상태를 만성콩팥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콩팥의 기능은 '사구체 여과율'이란 수치로 측정한다. 사구체는 콩팥에 붙어 있는 혈관 꽈리를 말한다. 사구체여과율은 혈관 꽈리가 얼마나 노폐물을 걸러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정상인의 사구체여과율 수치는 90~120 ml/min/1.73㎡ 정도다. 90에서 60까지는 콩팥 기능이 약간 저하된 상태며, 60 이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한다. 여기서 다시 얼마나 증상이 심하냐에 따라 중등도 기능감소, 심한 기능감소, 말기신부전 상태로 나뉜다.
건강한 사람도 사구체 여과율은 40세 이후부터 1년에 수치 1씩 떨어진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으면 수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진다. 고혈압이 있으면 혈관 내 압력이 높아져 혈관벽이 딱딱해지거나 늘어나며, 당뇨병이 있으면 혈액 속에 당이 많아져 혈관 세포가 손상된다.
콩팥은 미세한 혈관 덩어리기 때문에 혈관이 나빠지는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 콩팥 기능도 덩달아 떨어진다. 고혈압 환자 5명 중 1명, 당뇨병 환자 3~4명 중 1명은 만성콩팥병이 생긴다.
만성콩팥병은 콩팥 손상 정도와 기능의 감소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누며,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마지막 단계로까지 악화되어 결국은 투석이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장대체요법을 해야 한다.

◆당뇨·고혈압은 만성콩팥병 위험 인자
국내에서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절반은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콩팥병이며, 고혈압이 원인인 경우가 20%, 사구체신염이 10% 정도를 차지한다. 당뇨병을 가진 환자는 만성콩팥병의 발생 위험이 일반 인구에 비해 3.5배 높다. 나이가 많을수록 만성콩팥병의 발생 위험이 높아 65세 이상은 발생 위험이 3.2배 증가한다.
또 비만, 인슐린 저항성, 동맥경화를 포함하는 대사증후군을 가진 환자도 만성콩팥병의 발생 위험이 1.8배 증가하며, 특히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는 무려 7.9배나 높다. 고혈압, 당뇨를 가지고 있는 분이나 나이가 많은 분들은 만성콩팥병의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들 중 부종, 구역, 구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만성콩팥병 4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상당수다.
건강 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검사를 받다가 소변이나 혈액검사 이상으로 만성콩팥병이 의심되어 내원하는 환자가 많다. 먼저 소변 이상을 확인하는 것이 만성콩팥병을 조기에 진단하는데 중요하다. 소변에 단백뇨나 혈뇨가 지속된다면 만성콩팥병 가능성이 아주 높다.
신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당뇨병을 가진 환자는 최근에 혈당 조절이 이상하리만큼 잘 되거나 자주 저혈당에 빠지는 경우, 몸이 붓거나 피로감이 갑자기 심해지고 어지러움, 구역, 구토가 있으면 신기능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고혈압을 가진 환자가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갑자기 혈압이 많이 올라가는 경우, 몸이 붓거나 숨이 찬 경우도 만성콩팥병의 합병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한승엽 계명대 동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간단하지만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만성콩팥병 위험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며 "특히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인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만성콩팥병 가족력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신기능검사를 하여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한승엽 계명대 동산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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