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상자에 선명한 욱일기…우리 아이 첫 교육부터 전범기로?

입력 2020-10-18 07:28:09 수정 2020-10-18 16:06:48

"욱일기의 햇살을 표현한 빛 줄기 16개, 완전히 일치"

영·유아 교육·놀이교재에서 발견된 욱일기 문양. 햇살을 표현하는 빛 줄기도 16개로 욱일기와 일치한다. 독자제공
영·유아 교육·놀이교재에서 발견된 욱일기 문양. 햇살을 표현하는 빛 줄기도 16개로 욱일기와 일치한다. 독자제공

전범국 일본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욱일기. 게티이미지뱅크
전범국 일본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욱일기. 게티이미지뱅크

"갓난아기들 첫 교육용으로 유명한 제품인데 아무리 봐도 그냥 꽃이라고 하기에는 욱일기의 모습과 너무 비슷하니까 불쾌하죠. 아빠인 제가 다 황당하네요."

대구 북구에 거주 중인 서원범(가명·29) 씨는 지난 14일 배송 받은 아들의 장난감 포장을 뜯다가 깜짝 놀랐다. 상자에 버젓이 그려진 욱일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은 영·유아용 교육·놀이기구를 판매하는 두두스토리의 탑 쌓기 블럭으로 포장박스에는 숫자 '4'와 함께 꽃과 물고기가 그려져 있었다. 이중 가장 큰 꽃의 모양이 일본이 과거 아시아 국가를 침략할 때 사용한 욱일기와 흡사했다.

서 씨는 이 제품이 첫 돌 전후의 영아들의 감각발달, 교육용으로 온라인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것을 감안하면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욱일기의 햇살을 표현한 빛 줄기 개수까지 16개로 완전히 일치한다"며 "무슨 이런 꽃 모양이 있느냐. 기분이 나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그림의 욱일기 의혹 제기는 비단 서 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경북 지역의 한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제품이 욱일기와 비슷하다는 게시물이 등록됐다. 당시 게시자는 "너무 비슷해 보이는데 나만 불편하냐"며 "한국 회사인지 일본 회사인지 헷갈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내 유명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지난해 5월 같은 의혹이 제기돼 "설사 제조사에서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애들 교구에, 저 회사 참 한심하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일본으로는 여행도 안 가는데 좀 그렇다", "전범기가 유니클로 광고 일부분만 쓰여도 난리였는데 이건 너무 복사해서 붙인 수준이다" 등 해당 회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16일 해당업체에 따르면 포장 박스에 그려진 그림은 영국인 벤 뉴먼(Ben Newman)의 디자인이다. 업체는 유명 디자이너이기도 한 원작자를 존중해 그대로 사용했지만 욱일기를 사전에 인지하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해당 제춤 출시 이후 2년 5개월 동안, 고객 3명이 불편 민원을 보냈다"며 "불편을 느끼시는 분은 수정된 그림으로 스티커를 제작해서 보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오해를 불러 일으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제품의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인 내년 4월을 기점으로 개정판 제작 시 수정 반영해 제품을 재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소재 야스쿠니 신사에서 욱일기를 소지한 이들이 참배를 위해 대기중이다. 연합뉴스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소재 야스쿠니 신사에서 욱일기를 소지한 이들이 참배를 위해 대기중이다. 연합뉴스

한편, 욱일기는 일본 국기(國旗)인 일장기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것으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육군, 해군기로 사용한 깃발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문양과 함께 욱일기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로 통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욱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독일은 패전 이후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엄격히 금하고 있으나 일본은 국제 스포츠 대회나 일본 내 집회·시위 등에 거리낌 없이 욱일기를 사용하고 있어 최근까지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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