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애증

입력 2020-10-14 14:31:19 수정 2020-10-14 19:04:45

제일기획 이전 후 9→9→6→8위…지금 초라한 성적 8위 만족하는가

김 동 규(영남대학교 체육학부 명예교수)
김 동 규(영남대학교 체육학부 명예교수)

열렬 스포츠팬이더라도 연고팀만의 승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프로스포츠가 팬들에게 승패를 떠나 경기내용이나 즐기라면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팬으로서 요즘 삼성 라이온즈의 초라한 성적을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지역연고 스포츠팀이면 최소한 지역민의 자존심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현상이 세계적인 브랜드 삼성의 이미지에도 득이 될 게 없음은 물론이다.

삼성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우승 4회, 준우승 2회의 성적을 거두었다. 당시 삼성의 독식이 프로야구의 발전에 혹시나 지장이 있을까 염려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삼성이 2016년부터 9위를 시작으로 9위, 6위, 8위를 거쳐 현재에도 8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일기획 이전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의 실패가 34년간 5회밖에 없었으나,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하였다. 삼성 라이온즈의 이러한 현상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설마 안정적인 8위의 유지에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우선 2016년부터 삼성 라이온즈의 운영주체가 제일기획 산하의 자회사로 격하된 게 큰 원인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그룹 내 삼성전자나 삼성생명과 같은 삼성의 주력 회사들과 동등한 독립관계사로서 단단한 지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제일기획으로 이전된 이후 올해의 경우 삼성은 선수단 연봉으로 74억 8천만 원을 지출하여 10개 구단 중 여섯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관심과 최소한의 지원은 팀의 번성에 필연적이나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삼성의 부진원인이 투자부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총 구단 운영비의 지출규모는 여전히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며, FA 선수나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투자도 미흡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결국, 구단 경영방식에서 부진의 원인을 찾게 된다. 제일기획 시대 이후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배영수, 권혁, 박석민, 최형우, 차우찬, 나바로, 채태인 등의 주력 선수들을 이적도록 한 조치가 부실의 주된 원인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선수의 계속된 부진이나 거금으로 스카우트한 FA선수들의 미미한 활약에 대한 책임도 구단 경영의 입장에서는 피해 갈 수 없는 조처다.

삼성 라이온즈는 대구시민의 성원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대구의 팬들도 그들의 사랑에 변함이 없을 것임은 물론이다. 올해 봄 대구시는 코로나 19로 인한 홍역을 치렀고, 정치 · 경제적으로도 극복해야 할 난관이 작지 않으나 현명하게 합심한 시민들에 의해 행복한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도 현재 힘든 과정을 겪고 있지만, 대구시민과 함께 화려한 옛 모습의 복원에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팬들은 성적에만 연연하기보다 활력에 넘치는 선수들의 모습에 환호하고, 구단경영의 시행착오가 더는 거듭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게 대구를 위한 일이고 삼성 라이온즈를 위한 일 아니겠는가? 오랫동안 무관중이었던 야구경기장이 곧 팬들의 함성으로 들끓게 될 전망이다. 이의 보답을 위한 앞으로 설계는 냉철한 평가에 의한 치밀한 지략에 의해 성사됨을 삼성 야구는 명심해야 한다.

김 동 규(영남대학교 체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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