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금 뿌려 추석 민심 잡겠다는 속전속결 국채 추경

입력 2020-09-24 05:00:00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추경 배정계획안과 예산 공고안 등을 의결하기 위해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추경 배정계획안과 예산 공고안 등을 의결하기 위해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4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2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지급 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새희망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아동특별돌봄, 청년특별구직지원 등 6조3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1천23만 명에게 추석 연휴 전 지급될 예정이다. 사실상 전액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되는 추경 7조8천억원 대부분이 재난지원금으로 투입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연휴 전 지급'을 서두른 탓에 심사 및 선별 기준 등을 주먹구구식으로 정하면서 현장에선 혼란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원 대상에서 빠진 사람들이나 업종 관계자들은 "지급 기준이 뭐냐"며 명확하지 않은 정부 지급 기준에 불만을 터트린다. 중학생 돌봄비는 주면서 고등학생은 왜 안 주는지, 30∼34세에게는 통신비를 주면서 60∼64세에게는 안 주는 이유나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따지고 있다. 애초 없던 지출 항목이 추가된 것도 문제다. 원칙과 충분한 심사 없이 여야가 어정쩡하게 조정하다 보니 맞춤형 지원 취지가 퇴색하고 말았다.

여당과 정부가 추석 연휴 전 지급에 목을 맨 것은 정치적 고려가 개입됐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 현금을 뿌려 추석 밥상머리에서 터져 나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에 따른 정권 비판 민심을 무마하려는 포석이 깔렸을 것이다. 4차 추경이 통과도 안 된 상태에서 정부는 재난지원금 입금 계좌를 확인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재난지원금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을 되풀이하고 싶었을 것이다.

코로나로 타격을 받은 취약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액 나랏빚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국고 형편을 따져 재정지출의 필요성과 효과를 보다 정교하게 살피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명절을 앞두고 이웃 주민들에게 떡 나눠주듯 재정을 물 쓰듯 쓴 대가는 재정 건전성 악화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추미애 사태'로 악화한 민심을 대통령 결단으로 풀지 않고 현금 뿌리기로 모면하려는 정권의 술수가 너무도 얄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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