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소셜미디어 ‘빅 브러더’

입력 2020-09-24 05:00: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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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조지 오웰이 경고했던 '빅 브러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2005년 미국에서 있었던 사례를 보자. 대형마트가 여고생 앞으로 아기 옷과 유아용품 할인쿠폰을 보냈다. 여고생 엄마가 대형마트에 따지다가 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도 모르는 딸의 비밀을 대형마트는 어떻게 알았을까.

내막은 소셜미디어였다. 여고생이 검색하고 열람한 콘텐츠를 소셜미디어 인공지능이 분석해 대형마트에 제공한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들은 우리가 온라인 세상에서 한 행동을 빠짐없이 서버에 기록한다. 소셜미디어의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소득 수준, 취향 등을 유추하고 앞으로 어떤 상품을 살지도 예측해낸다.

소셜미디어들은 우리들이 '자발적으로' 헌납한 데이터를 수집해 막대한 부를 일군다. 유저의 관심과 데이터는 돈이고 권력이다. 이와 관련한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이다. 실리콘밸리에 몸담았던 전문가들이 출연해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을 실토하는데 내용이 흥미롭다.

〈고객을 '이용자'(User)라고 부르는 두 부류 산업이 있다. 하나는 마약이고 하나는 소프트웨어다. 구글이 추구하는 진실은 '클릭'이 전부다.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더 빨리 퍼진다. 정보의 유통이 '돈'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가십과 풍문을 확대 재생산해 우리가 진실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유튜브 등의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를 보다 보면 누구나 '확증 편향'에 빠지기 십상이다. 현대인들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채널들만 보면서 상대편에 대한 증오를 키운다. 사회적 갈등과 분극화는 날로 심해진다. 이대로 20년쯤 지나면 문명도 망가뜨리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퇴보할 것이라는 '소셜 딜레마'의 경고는 그냥 흘려듣기 어렵다.

TV가 바보 상자라면 소셜미디어는 '악마의 상자'일 수 있다. 이제라도 다음 것들을 실천해보자. ▷콘텐츠 추천 알림 끄기 ▷SNS 이용 최소화하기 ▷보고 싶은 뉴스만 보지 않기 ▷공유 전 팩트 확인하기 ▷다른 관점을 가진 채널 팔로잉(following) 하기 등등. 이런 작은 행동이 우리를 소셜미디어 지옥으로부터 구원할 것이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포스터. 네이버영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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