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 친일파? 지일파?

입력 2020-09-07 15:48:15 수정 2020-09-07 16:48:23

김석기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석기 국회의원
김석기 국회의원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자 이웃 나라 일본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에 앞서 이 대표가 이전 국무총리에 취임했을 때도 그랬고, 지난 4·15 총선에서 당선되었을 때도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강한 긍정 반응을 보였다.

일본 언론들은 이 의원이 여당 대표가 되자 "지일파(知日派) 당 대표 당선"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도쿄특파원을 지내면서 일본어에 능통하고, 일본에 친숙한 이 대표가 한국 여당을 이끌게 된 것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 개선을 기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정치권과 언론이 좋아하고 자신들의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일왕 즉위식에도 참석하고 아키히토 일왕과 나루히토 일왕을 '천황님'으로 칭하기도 한 이 대표에게 '과연 친일파인가?'라는 의문이 나올 법하다. 걸핏하면 우파 쪽을 친일파, 토착 왜구로 몰아세우는 정권 속에서 '그들'의 시각대로라면 이 대표도 친일파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이 대표는 친일파가 아니다'이다. 그저 우리나라의 많은 지일파 가운데 한 사람 정도로 평가된다.

반면 김원웅 광복회 회장 등 여당 관련 인사들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백선엽 장군 등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에 혁혁한 공이 있는 인사들의 업적은 모두 무시한 채 친일파로 매도하고 심지어 파묘까지 주장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일은, 친일파 논쟁은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점점 격렬해진다는 점이다.

일본을 쳐부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순신의 12척'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조국 전 수석의 '죽창가' 등 정부 핵심 인사가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여당은 '한·일 갈등이 민주당 자신들의 총선에 유리하다'는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한·일 갈등을 적극 조장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 아픈 역사 속에 잠재된 반일 감정을 이용해 국민을 분열시켜 친일·반일로 갈라치기 하면 국익과는 관계 없이 선거 득표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서 공동의 가치를 지향하는 한·미·일 간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해야 우리의 튼튼한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이어갈 수 있다. 이것이 국익을 위한 외교이다.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국익을 위한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야를 떠나 이낙연 대표와 같이 일본을 잘 알고 또 일본 내 인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정·관·학계 지일파들이 모두 나서 힘과 지혜를 모아야 양국 관계 개선이 성사될 수 있다.

일본과의 과거사를 쉽게 잊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일본의 만행으로 우리 민족이 입은 고통과 피해는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다만 과거에만 사로잡혀 주변국 중 지리적으로나 이념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한·미·일 공조 체계가 무너진다면 결코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한·일 양국은 서로 이사 갈 수 없는 지정학적 숙명 관계에 있다. 북핵과 중국 패권의 위협 등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관계 회복이 늦어지면 양국 모두에 득이 될 수 없다. 차기 일본 총리는 '혐한 정치'를 단절해야 하고 한국도 더 이상 '반일 정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미래의 지향점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 친일에 대한 논란을 종식하고 코로나19, 경제 위기 등에 직면한 국가 대위기에 모두가 함께 혼신의 뜻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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