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대구점 해외작가 3인전 'Hangover Boogie'전

입력 2020-08-10 10:40:02

크리스 서코 작
크리스 서코 작 'Untitled' (2020년)
이나 겔큰 작
이나 겔큰 작 'Untitled(Mask Off)' (2019년)
메간 루니 작
메간 루니 작 'Dodge Ford Toyota Idaho' (2019년)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 늘 예술의 본질을 형성해 온 추상회화는 대상의 구체적인 묘사와 의도된 구성을 배제하고 선, 색, 명암과 기하학적 형태로 화면을 구성하거나, 액션 페인팅이나 엥포르멜(비정형적)처럼 몸짓을 이용해 색을 칠한 그림을 말한다. 추상회화는 이런 태생적 이유로 해서 보통사람들에게 구상회화보다 감상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때마침 유럽을 중심으로 한 현대 추상회화 계열의 흐름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리안갤러리 대구는 추상회화라는 영역에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하고 있는 독일과 영국에서 활동하는 30대와 40대 해외 작가 3인의 그룹전 'HANGOVER BOOGIE'전을 9월 12일(토)까지 갖고 있다.

이번 전시는 리안갤러리 측이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의 그레고어 얀센 관장에게 현재 유럽에서 영향력 있는 젊은 추상회화 작가 10명을 추천받아 그중 3명을 선별, 기획전을 열게 된 것. 크리스 서코(Chris Succo'男)는 독일 출생으로 런던 등지서 수학했고, 이나 겔큰(Ina Gerken'女)도 독일 출생으로 현재 뒤셀도르프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메간 루니(Megan Rooney'女)는 캐나다 출생으로 현재 런던에서 작업하고 있다.

전시 제목 'HANGOVER BOOGIE'는 '부기리듬에 취하여…'라는 뜻으로 얀센 관장이 3인 작가가 격정적인 음악에 심취해 그림 속에 에너지를 불어 넣는 작업방식을 공통분모로 뽑아 낸 것이다.

모두 21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특징은 작가 3인이 세계화와 디지털 혁신을 몸소 경험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이들은 급격한 시대 변화를 각기 다른 관점에서 풀어내며 새로운 추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 서코는 작품 제작에 최소한의 도구를 사용하는 미니멀주의를 도입, 최근엔 현란한 색을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그는 다양한 재료와 제작방법을 연구해 붓, 팔레트, 나이프 같은 페인팅 도구를 모두 없애고 캔버스에 직접 손으로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은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는데 많은 도구가 필요하지 않는 것처럼 최소한의 도구로 드로잉과 사진, 기억 활용 및 대중문화, 문학, 영화, 음악 등을 참조하고 있다.

그의 추상회화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추상이라는 무궁무진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

이나 겔큰은 반항적이고도 독특한 작품이 특징이다. 주로 화면에 여러 색을 이용한 색면 분할이나 과감한 몸짓으로 선을 휘갈겨 색의 덩어리나 선의 구조를 만들어 내는데 그 안에는 시각적인 간결함도 엿보인다. 언뜻 보면 그녀의 작품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초현실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메간 루니는 회화뿐 아니라 조각,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든다. 특정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고집하면서 작업하는 데 그녀의 작품 속 대상은 화면에 드러나는 동시에 사라지는 형태로 묘사된다. 이때 화면 안에 있는 무정형의 색 덩어리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워 보인다.

전시장을 둘러보노라면 겔큰과 루니의 작품은 관람자로 하여금 형태는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고 화면 속 무정형의 색 덩어리에서 자꾸만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의식을 이끌어 낸다. 형태와 색을 이용한 이러한 암시적 표현들은 말로 꼭 집어 형용하기 어려운 기분을 들게 만든다.

어쨌든 3인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결단력 있는 표현방식은 기존의 조용한 작품 감상 방식의 틀을 깨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감상의 팁을 조언하자면 이번 전시 제목인 'HANGOVER BOOGIE'에 담긴 의미처럼 자유롭게 음악적 리듬에 몸을 맡겨, 춤을 추듯 세 작가가 보여주는 회화적 에너지를 온전히 느껴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이미 현대 추상회화의 세계에 푹 빠졌다고 할 수 있다. 문의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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