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 환경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다

입력 2020-08-10 06:30:00

조용환 한국농어촌빅텐트 사무총장
조용환 한국농어촌빅텐트 사무총장

얼마 전 수자원공사가 개최한 '낙동강 물 환경 관리 방안 토론회'는 환경부가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에 대해 매우 복잡한 속내를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행사였다. 토론자 중 한 명인 김창수 부경대 교수는 석포제련소 문제를 대표적인 낙동강 물 갈등 사례 중 하나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낙동강의 물 갈등은 복합 갈등의 성격이 강할 뿐만 아니라 갈등이 생성된 이후 상승기에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조정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학자로서 당연히 내릴 수 있는 진단이지만, 토론회를 주관한 수자원공사와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환경부의 어려운 상황도 어느 정도 반영한 분석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환경부는 역대 장관(김은경 장관, 조명래 장관)의 석포제련소 방문기를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해당 사태가 부처 차원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임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해당 부처가 제련소에 행정 처분을 내리는 것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제다. 사건의 이해당사자이면서도 중재 기관이기도 한 환경부의 깊은 고민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행정 당국이 일도양단적 입장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일'이 벌어지고 나서 5년 후, 10년 후를 더 깊게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태와 문명과의 관계 같은 거대 담론을 고민하기 어려운 존재가 인간이다. 인간의 생존과 안정 본능을 형이상학적인 생태철학으로 마냥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 현대사회에서는 경제와 일자리 문제가 인간 생존과 안정의 기본이다. 환경부 장관과 환경부 당국자들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안동댐으로부터 100㎞ 이상 떨어져 낙동강 상류 수계에 영향이 미미하다 하더라도 영풍의 환경 문제 자체는 과학적으로 따져 볼 만한 사안일지 모른다. 오염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사측도 깊게 인정해야 한다. 대신에 당국과 시민사회가 매우 건조하고 명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의 일방적 종식이 아닌 완전한 해결을 목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러자면 환경부도 막상 규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책 수립과 집행의 관점에서 석포제련소 이슈를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환경부가 감독과 처분 이외에 영풍 문제에 발을 제대로 담그기 부담스럽다면, 이미 설치한 공론화 기구라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가 정말로 진지한 소통 채널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절실하다. 당장 몇몇 소속 위원들의 법적 문제와 관련된 크고 작은 잡음이 들려온다. 정치운동과 시민운동을 병행해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일부 위원도 있다. 왜가리가 중금속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학술적 결론이 났는데도 장외에서 비난하며 전문가를 비방하는 참여자도 있다고 한다. 공론화 기구가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과학자 중심의 거버넌스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안동댐 상류 퇴적물 내 비소, 카드뮴의 용출(용해로 인한 금속의 성질 발현) 경향은 낮다"는 안동대 김영훈 교수의 지적이 인상적이다. 이런 식의 생산적 토론이 주류를 이루게 되면 영풍 문제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대안도 나오게 되고, 환경부 당국자들의 복잡한 심사도 정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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