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사람들은 이준형(65. 영천시 자양면 보현4리)씨를 문화전도사라고 부른다. 대구에서 30년 직장생활을 접고 영천으로 와서 귀농귀촌인에게 악기를 가르치며 농촌의 문화갈증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년 전 지금의 집을 지으면서 넓은 문화공간을 별도로 만들었다. 악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주도 하고 더 많이 즐기기 위해 35평 창고형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그는 2년 전부터 목관악기의 일종인 팬플루트를 가르치고 동호회까지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동호인 연주회도 가졌다.
그가 마을주민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귀농귀촌인들의 문화에 대한 갈망을 직접 느꼈기 때문. 이씨는 "도시인들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농촌에 왔지만 막상 할 일이 없어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 문화강좌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는 악기전공자도 아니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 취미로 틈틈이 배웠을 뿐이다. 많은 악기 중 팬플루트를 택한 것은 그 소리가 평화롭고 목가적이어서 전원생활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정도 배우면 웬만한 곡을 연주 할 수 있는 비교적 다루기 쉬운 악기라는 점도 작용했다.
그가 운영하는 팬플루트 강좌에는 반드시 지켜야할 강제 조항이 하나 있다. 부부가 같이 배워야한다는 것이다. 남편만 오거나 부인만 혼자 하겠다는 신청자는 받지 않는다. 시골에 살려면 부부가 같이 배우고 함께 즐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런 '독소 조항'을 넣었다고 했다.
영원한 자유인을 꿈꾸는 이준형씨는 이웃들에게 팬플루트를 가르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이웃들과 친해졌고 생활도 더욱 풍성해졌다고 한다. "귀농귀촌인들 중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그는 "이들이 재능기부에 앞장선다면 농촌은 더 풍성하고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재능기부를 통해 자신이 행복해지고 충만해지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농촌의 문화생활을 꽃피우려면 지자체가 앞장서기보다는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방법이 좋을 듯하다"면서 관주도 보다는 주민이 가꾸어가는 형태를 권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지자체에서는 귀농한 사람들의 재능을 모으고, 이를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와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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