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주둔 '가창 최정산', 시민의 품으로

입력 2020-08-09 09:07:28 수정 2020-08-09 19:41:11

대구의 미래 달성(達城)으로 가자

달성군 가창면 주리 최정산 정상부(8만2천644㎡)에 설치된 미공군 우주사령부 소속의 위성추적소. 지난 1993년까지 주둔하고 철수한 자리에 현재 통신기지 등이 남아 있다. 김성우 기자
달성군 가창면 주리 최정산 정상부(8만2천644㎡)에 설치된 미공군 우주사령부 소속의 위성추적소. 지난 1993년까지 주둔하고 철수한 자리에 현재 통신기지 등이 남아 있다. 김성우 기자
달성군이 가창면 주리(국지도30호선)~최정산 정상간 폭 최대 10m, 길이 7.6㎞ 구간의 도로확장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성우 기자
달성군이 가창면 주리(국지도30호선)~최정산 정상간 폭 최대 10m, 길이 7.6㎞ 구간의 도로확장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성우 기자
김문오 달성군수가 최정산 정상을 잇는 도로개설 현장점검에서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달성군 제공
김문오 달성군수가 최정산 정상을 잇는 도로개설 현장점검에서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달성군 제공

〈5〉미군부대 주둔 가창 최정산 시민의 품으로

미국은 1970년대부터 자국이 쏘아 올린 정찰 위성과 교신할 수 있는 군사통신시설을 한국의 산 정상 곳곳에 설치했다. 하지만 통신기술의 발달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산 정상의 군사용 통신 및 레이더 기지가 무인 시설로 전환되거나 폐쇄되면서 이제 줄줄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주리에 위치한 최정산(해발 905m)도 마찬가지. 이 산은 비슬산과 나란히 해 형제산이라고도 불린다. 지도상 통점령이라 명명된 최정산 정상부(8만2천644㎡)는 미공군 우주사령부 소속의 위성추적소(GEODSS) 부대가 1993년까지 주둔했다. 최근 대구시와 달성군은 미군기지가 철수되고 반환된 최정산 일대에 대해 다양한 산림휴양 공간조성 방안을 내놓아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군의 위성추적소가 자연체험 힐링숲으로

미국은 본토와 해외 영토 그리고 동맹국과 우방국에 정찰위성과 교신하며 지령을 내리는 추적소와 정찰위성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사진을 받는 수신소를 설치했다. 이곳 한국에는 최정산 정상에 수신소가 아닌 추적소를 설치했는데 하와이, 뉴멕시코 소코로, 인도양 차고스제도 등지에서 위성추적소가 운영되고 있다.

지금도 최정산 정상에 올라가면 '지뢰지대'란 표지와 함께 철수 후의 미군 시설이 남아 있다. 현재 3기의 위성추적 레이더 기지와 미군들의 막사를 볼 수 있다. 인근 주민들은 오랫동안 이곳 위성추적소를 미군 미사일 기지로 알고 지내왔다고 한다.

최정산의 경우 대구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에 산꾼들 사이에서 최정산 미군 기지는 상당히 유명한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미국은 통신과학의 발달과 최정산 일대 기상이 좋지 않아 추적소를 폐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시는 지난 5월 미군 위성추적소 일대에 대한 '최정산 힐링숲 조성 기본구상 용역'을 발표했다. 달성군 가창면 주리 산 132-9번지 일대 30만㎡에 오는 2022년 말까지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힐링센터와 생태습지 관찰원, 명상숲 등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힐링숲 조성의 주요 테마는 ▷여가가 있는 숲 ▷힐링이 있는 숲 ▷생태가 있는 숲 ▷문화가 있는 숲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목적 광장과 힐링센터를 비롯해 낙엽송과 생태습지 관찰원, 억새 군락지, 전망대, 명상 숲 등 다양한 여가 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가 추진중인 최정산 산림휴양공간 조성 예정지는 과거 미군이 사용해온 부지로 국유지다. 시는 이를 정상지점의 시유지와 상호 교환하기 위해 국방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국·공유지 교환을 통해 삼림휴양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산림휴양공간 조성, 최정산 정상까지 도로 뚫려

달성군은 최정산의 산림자원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가창면 주리(국지도30호선)~최정산 정상간 폭 최대 10m, 길이 7.6㎞의 도로확장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가 공사비 전액인 163억원을 달성군에게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해 내년 2월에 완공된다.

원래 주리 마을에서 최정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기존 도로는 군사용으로 도로폭이 매우 협소했다. 지난 2014년 경산시에 있던 통신부대(ATN) 기지를 최정산의 옛 포병부대 부지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달성군이 최정산 도로의 확장을 요구했고, 이를 국방부가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달성군은 최정산 정상을 잇는 도로가 개선되면 향후 최정산 일대에 각종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대구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개발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국방부에 이같은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또 달성군은 사업비 50억원을 들여 가창면 주리(포니목장)에서 정대리(미술광장)를 잇는 폭 8m, 길이 5.9㎞인 최정산 순환도로(가창 동서 연결도로) 공사를 오는 2022년 말까지 완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달성군은 주리 산불감시초소에서 탐방로 입구까지 2.3㎞, 탐방로 입구에서 백록마을까지 3.7㎞, 탐방로 입구에서 최정산까지 3.2㎞ 구간 등 총 9.2㎞ '자연 생태 탐방로'를 조성했다.

◆최정산 7구간 숲길과 MTB 전용도로도 조성

달성군은 최정산을 모두 7구간(41.5㎞)으로 나눠 '숲길'을 조성했다. 최정산 숲길의 모든 구간은 등산길이 편하고 아직 많이 알려진 길이 아니어서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등산 매니아들이 자주 찾는다.

1구간은 운흥사~헬기장(3.7㎞), 2구간은 헬기장~광덕사(5.7㎞), 3구간은 대구미술광장~최정산 목장(5.6㎞), 4구간은 헐티재~최정산 목장(7.0㎞), 5구간은 팔조령~최정산 목장(12.6㎞), 6구간은 우록경로당~녹동서원(5.1㎞), 7구간은 녹동서원~바람재(1.8㎞) 등이다.

또 최정산에서 두 개의 임도를 만날 수 있다. 하나는 우록동 버스종점에서 청도군 각북면 지슬리로 가는 임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록동 버스종점에서 청도군 이서면 수야리로 가는 임도다. 임도의 진입로를 아는 사람이 적어 분위기가 아주 호젓한 코스로 유명하다.

최정산에는 MTB(산악자전거) 전용길도 조성돼 있다. 체험코스는 1㎞에 불과하지만 드넓은 억새군락지와 울창한 낙엽송수림지를 통과하기에 탁 트인 풍광과 싱그러운 숲의 상쾌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또한 구간 대부분이 내리막이어서 체력에 대한 걱정을 덜고 여정을 이어갈 수 있다. 체험코스 입구에 들어서면 식생매트가 깔린 자전거길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관광인프라 구축, '지뢰매설' 풀어야할 난제

지금도 최정산 정상으로 오르다 보면 '지뢰지대'란 표지를 볼 수 있다. 미군이 기지를 조성하면서 요지마다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최정산이 전국 후방지역 지뢰매설지역 36곳 가운데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정산처럼 후방지역에는 주로 M14 발목지뢰가 매설되어 있지만 M16 도약지뢰와 M15 대전차지뢰, 크레모아 등도 함께 매설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자료에는 지난 1994년에 최정산 일대에서 나물캐던 할머니가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은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산중턱 목장에서 키우던 소나 말이 우리를 뛰쳐나와 지뢰지역에 들어가 지뢰를 밟은 적도 있다.

국방부에서 2001년부터 지뢰제거작업을 실시했다고는 하지만 미확인 또는 유실된 지뢰가 있을 수 있다는게 문제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지뢰 매설지도가 확보돼 있지 않아 앞으로 각종 관광휴양시설 조성 시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위성추적소(GEODSS)=지상 설치형 전자 광학식 심(深)우주 감시 시스템. 발사체 및 탑재체(위성)에 대한 실시간 비행위치와 비행상태 등을 추적, 확인하기 위한 시설이다. 대형 원격자료수신 안테나와 위성통신망 등을 갖추고 있어 약발사체로부터 원격자료와 영상수신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경북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해발 905m의 최정산 정상에 수신소가 아닌 추적소를 설치했다. 미군은 1993년까지 이 추적소를 유지하다 폐쇄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08년부터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에 제주추적소를 설치하고 운영중이다.

공동기획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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