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동생과 대구 반야월역, 대구역에서 각각 유기돼
지난해 DNA 검사 통해 47년만 동생과 극적 재회
1년 기다림 끝에 취득한 한국 국적, 부모님 꼭 찾을 것
"나는…자랑스러운…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난달 30일 오전 9시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 미국 국적의 크리스틴 페넬(51) 씨가 서툰 한국말로 선서문을 더듬더듬 읽어갔다. 1년이라는 기다림의 끝에 온 선물. 한국 국적 회복을 알리는 선서문이었다. 선서문 낭독이 끝나자 크리스틴 씨는 눈물을 머금고 친구들을 꼭 껴안았다.
크리스틴 씨는 "국적 회복까지 길고 긴 시간이 걸렸다. 이제 자유롭게 한국을 오가며 내 부모님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씨는 3살 때인 1971년 11월 3일, 대구 반야월역에서 발견돼 일심원이라는 고아원으로 옮겨진 뒤 곧장 미국으로 입양됐다. 다른 생김새와 피부색은 늘 놀림거리였다. 그럴수록 자신의 뿌리와 친부모를 찾고 싶은 갈증은 커져갔다.
그러다 12년 전 가슴 속에 품고만 있었던 친부모를 찾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국외로 입양된 한국인을 지원하는 단체인 '한국인 입양인연대'에 자신의 DNA를 등록한 것이다.
그러던 2018년 아는 이 없는 낯선 땅 대구에서 뜻하지 않은 소식이 찾아왔다.
벨기에에 거주하는 킴 해일런(48) 씨가 수술 과정에서 받은 DNA 검사에서 우연히 자신의 DNA와 100% 일치하는 친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연락을 취해온 것이다.
알고 보니 크리스틴 씨에게는 생후 2개월, 1971년 12월 3일 대구역 광장에서 발견돼 백백합보육원으로 보내졌던 동생 킴이 있었다.
크리스틴 씨는 "47년 만에 동생을 찾고 난 뒤 나에게도 핏줄이 있다는 생각에 정말 많이 울었다. 동생을 찾고 나서 부모님과 헤어졌던 반야월역 등을 홀로 걸어 다녔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만 눈물이 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이별을 겪어야 했던 탓일까. 크리스틴 씨는 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이번 국적 취득이 유난히 간절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고국 한국이라도 편히 찾아와 부모님을 꼭 찾고 싶었다.
같은 날 오후 크리스틴 씨가 국적 취득 후 바로 이동한 곳도 다름 아닌 반야월 간이역이었다. 자신이 유기됐던 예전 반야월역은 현재 폐쇄돼 없지만 반야월역을 복원시킨 간이역사 주변에서 부모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열심히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4명의 자녀를 둔 크리스틴 씨는 본인을 버릴 수밖에 없던 부모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이해한다고 했다. 동생과 자신이 잘 자란 건 그만큼 부모님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저를 버릴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면 당시 부모님이 얼마나 상황이 힘들었을지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씨는 다시 100장의 전단지를 들고 힘차게 거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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