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과도한 권한, 선후배 위계질서, 합숙훈련 등이 문제…성적내기 위한 전국체전 포상제도 역기능 작용
지도자 등 팀원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여자 트라이애슬론 최숙현(당시 23세) 선수는 경북 칠곡 출신이다.
칠곡에서 초·중학교를 다니며 수영 선수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주목 받은 최 선수는 경북체육중학교로 스카우트되면서 트라이애슬론(수영+자전거+달리기)에 입문했다.
그는 탄탄한 수영 실력을 바탕으로 전국소년체전 트라이애슬론 여자중학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유망주로 성장을 거듭했고, 경북체육고등학교에서 꽃을 피웠다. 전국체전에서 트라이애슬론 여고부가 없는 관계로 그는 일찍부터 실업팀인 경주시청에서 훈련했다.
주니어 국가대표를 거친 최 선수는 고교 졸업 후 경주시청으로 직행했으나 이는 악몽이 됐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은 애초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전국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팀에는 최 선수의 경북체고 선배들이 있었고, 그가 일기장을 통해 가혹행위를 밝힌 한 선배는 국내 최정상급 선수였다.
경주시청 소속으로 폭언과 폭행 등 가혹행위에 시달린 최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앞서 경찰에 일부 팀원을 고소하고 대한체육회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런 사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상세히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 선수의 비극은 근본적으로 국내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감독 등 지도자의 과도한 권한 행사, 선후배간의 위계질서, 장기간에 걸친 합숙 훈련 등은 언제든지 사건·사고를 불러올 여지를 안고 있다.
전국체육대회 입상 때 경북체육회가 시행하는 지도자, 선수 인센티브 제도도 역기능을 낳고 있다. 개인과 단체 종목을 모두 포함한 종목 지도자 경우, 좋은 성적을 내면 1천만원 이상의 포상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트라이애슬론도 개인과 단체 종목으로 나눠 실력을 겨룬다. 이 때문에 성적을 내기 위한 합숙훈련이 사적인 공간에서 장기간 시행되면서 팀워크를 이유로 불합리한 가혹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경북체육회는 김관용 전 도지사 시절부터 전국체전 성적내기를 위해 타 시도 출신의 우수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전력을 강화하고 인센티브 제도로 선수와 지도자들을 유혹했다.
경상북도는 이런 요소들이 스포츠 패러다임이 크게 변한 현 실정에 맞는지 점검하고 합리적인 예산 지원으로 체육계의 폐단을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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