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최숙현의 비극, 경북체육회가 잉태한 것 아니냐

입력 2020-07-02 15:36:14 수정 2020-07-02 22:35:22

지도자의 과도한 권한, 선후배 위계질서, 합숙훈련 등이 문제…성적내기 위한 전국체전 포상제도 역기능 작용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를 찾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기대주로 가혹 행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건에 관한 경위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를 찾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기대주로 가혹 행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건에 관한 경위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자 등 팀원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여자 트라이애슬론 최숙현(당시 23세) 선수는 경북 칠곡 출신이다.

칠곡에서 초·중학교를 다니며 수영 선수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주목 받은 최 선수는 경북체육중학교로 스카우트되면서 트라이애슬론(수영+자전거+달리기)에 입문했다.

그는 탄탄한 수영 실력을 바탕으로 전국소년체전 트라이애슬론 여자중학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유망주로 성장을 거듭했고, 경북체육고등학교에서 꽃을 피웠다. 전국체전에서 트라이애슬론 여고부가 없는 관계로 그는 일찍부터 실업팀인 경주시청에서 훈련했다.

주니어 국가대표를 거친 최 선수는 고교 졸업 후 경주시청으로 직행했으나 이는 악몽이 됐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은 애초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전국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팀에는 최 선수의 경북체고 선배들이 있었고, 그가 일기장을 통해 가혹행위를 밝힌 한 선배는 국내 최정상급 선수였다.

경주시청 소속으로 폭언과 폭행 등 가혹행위에 시달린 최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앞서 경찰에 일부 팀원을 고소하고 대한체육회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2일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에서 여준기 회장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감독과 선수에 대한 인사위원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시체육회는 전 경주시 소속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독과 선수들을 불러 인사위원회 청문 절차를 밟았다. 연합뉴스
2일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에서 여준기 회장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감독과 선수에 대한 인사위원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시체육회는 전 경주시 소속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독과 선수들을 불러 인사위원회 청문 절차를 밟았다. 연합뉴스

이런 사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상세히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 선수의 비극은 근본적으로 국내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감독 등 지도자의 과도한 권한 행사, 선후배간의 위계질서, 장기간에 걸친 합숙 훈련 등은 언제든지 사건·사고를 불러올 여지를 안고 있다.

전국체육대회 입상 때 경북체육회가 시행하는 지도자, 선수 인센티브 제도도 역기능을 낳고 있다. 개인과 단체 종목을 모두 포함한 종목 지도자 경우, 좋은 성적을 내면 1천만원 이상의 포상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트라이애슬론도 개인과 단체 종목으로 나눠 실력을 겨룬다. 이 때문에 성적을 내기 위한 합숙훈련이 사적인 공간에서 장기간 시행되면서 팀워크를 이유로 불합리한 가혹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경북체육회는 김관용 전 도지사 시절부터 전국체전 성적내기를 위해 타 시도 출신의 우수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전력을 강화하고 인센티브 제도로 선수와 지도자들을 유혹했다.

경상북도는 이런 요소들이 스포츠 패러다임이 크게 변한 현 실정에 맞는지 점검하고 합리적인 예산 지원으로 체육계의 폐단을 예방해야 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