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미 작곡가
사람들은 어떤 부분이든 각자만의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이 정해져 있다. 그 경계선을 넘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해왔었다.
지금의 음악은 국경도 나이도 장르도 어떠한 경계의 벽에도 부딪히지 않을 만큼 자유롭고, 새로운 아이디어 속에 나날이 상상을 자극한다. 한발자국만 내딛으면 그 경계를 넘을 수 있는데 그 한 발자국은 현실을 인지하는 머릿속에서는 머나먼 천리 길과도 같다.
음악은 노력과 정확한 구조, 치밀한 계산으로 창조되기도 하지만, 도전 혹은 엉뚱하고 기괴한 상상으로 우연히 탄생되기도 한다. 발명품 중 하나인 녹음기는 그 당시 음악을 저장해두기 위해 쓰였지만, 1950년대 20세기 프랑스 작곡가들은 녹음기를 작곡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여러 소음들을 녹음하고 가공을 거쳐 그 당시 평가로 기괴한 음악이 재탄생하게 된다.
존 케이지 역시 녹음기나 테이프를 이용한 작품들이 있으며, 그 외에 일상생활의 소리들이 음악의 중요한 소재가 되어 사용 되었다. 예를 들어, 그의 4분 33초 동안의 피아노는 '쉼'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시간동안 발생되는 사람들의 기침소리, 야유, 공연장을 떠나는 발자국 소리 등을 그는 음악이라 칭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20세기의 작곡가들 다수는 음악과 소음의 벽을 허무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과감하고 거침없는 변화, 상상의 자유로움에서 빗대어져 나오는 파격적인 시도 앞에 음악의 기준과 경계를 정하여 이것은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라는 평가는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에너지와 작곡자 혹은 청중의 감정과 시시각각 달라지는 생각이 음악을 다시금 재현시키는 것이지 어떠한 틀을 놓고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실험음악가, 현대음악가들의 새로운 도전으로 빚어진 음악들은 어느새 지금의 현대음악가들의 손에서 다시금 각기 다른 스타일로 흘러가면서 시작도 끝도 예상하거나 굳이 따질 필요가 없음을 인지하게 하였고, 존중해주는 문화가 서서히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벽을 세우지 않는 작곡가들의 걷잡을 수 없는 상상의 자유로움.
시간이, 공간이 막아도 어떻게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우리의 현대음악에는 경계가 없다. 음악가가 생각하는 음악, 청중이 생각하는 음악의 애매한 경계는 상상의 자유로움을 허락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허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여기서 생각해보자. 우리가 흔히 접해온 음악들과 지금의 주류가 된 현대음악의 소재나 방법이 다르다하여 음악이 아닌 소음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나와 다르다 하여, 나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하여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만들어 던진 경계가 그 사람 세상의 자유를 빼앗진 않았을까?
음악 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경계는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더디게 만들지 모르니, 과감한 도전으로 첫 경계를 허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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